옛 청풍부 관아의 객관 ‘제천 청풍 응청각’
옛 청풍부 관아의 객관 ‘제천 청풍 응청각’
  • 김형래 강동대 교수
  • 승인 2020.09.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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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제천 청풍 응청각’ 전경
‘제천 청풍 응청각’ 전경

 

조선시대까지 제천 지역의 중심 역할을 했던 청풍(淸風)은 조선 현종 때는 왕후의 관향이라고 하여 충청도에서 유일하게 도호부로 승격되기도 하였다. 1669년(현종 10)에 청풍부사 이상일(李尙逸, 16001~1674)은 청풍관(금병헌)을 중수 후 송시열(宋時烈, 1607~1689)에게 현판을 부탁했는데, 그때 남긴 `청풍관중수기(淸風館重修記)'에 “청풍은 호서지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을이다. 토지는 메마르고 백성들이 드무니, 온 도에서 가장 두메산골이라고 한다. 그러나 강산의 경치는 동남지방에서 으뜸이다. 또한 풍속은 순박하고 일은 단출하여, 관리는 다만 매화꽃이나 달빛의 점수나 매길 뿐이니, 그 깨끗한 운치를 알 만하다. 이러한 까닭에 도회지의 번잡함을 거리끼고 깨끗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대부들은 인사문제와 관련된 공론을 꺼리지 않고 그 수령 자리를 구한다.”라고 했다. 그만큼 청풍은 아름다운 풍광으로 많은 풍류객들이 찾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이었다.

청풍면의 중심지였던 읍리(邑里)는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까지 장터(場垈), 상리(上里), 하리(下里) 세 마을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상리(上里)에는 옛 청풍현의 관아가 남아 있었다. 당시 청풍부는 객사(客舍) 55칸, 아사(衙舍) 37칸과 기타의 부속 채가 있었으며, 아사 37칸 중에는 치소인 관수당(觀水堂)을 비롯해 한벽루, 응청각, 명월정, 범영루가 있었고 객관의 서헌(西軒)인 매월헌 등이 있었다.

응청각을 처음 세운 시기는 알 수 없다. 이황의 `단양산수가유자속기(丹陽山水可遊者續記)'에 단양군수 재임시인 1548년 5월에 응청각에서 유숙한 기록이 있어 초창시기는 조선초기로 추정된다. 건물의 크기는 `청풍부읍지'에 4칸, `호서읍지'에 6칸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여지도서(輿地圖書)'에 응청각은 한벽루 서쪽에 있으며 한벽루처럼 아름답다고 기록되어 있다.

응청각(凝淸閣)이라는 이름도 이황(李滉, 1501~1570)이 단양군수로 재임 시에 지었다고 한다. 이는 당나라 덕종(德宗) 정원(貞元, 785~805) 2년(786) 소주자사(蘇州刺史)로 있던 위응물(韋應物, 737~804)이 문사들을 초빙해 연회를 베푼 자리에서 지은 시 `군재우중 여제문사연집(郡齋雨中 與諸文士燕集)'에 나오는 `연침응청향(蘇州燕寢凝淸香 연회가 열린 방안엔 맑은 향이 어리었다)'에서 유래한다. 곧 방안에 맑은 향이 머무르니 근심, 걱정 없이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집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현재의 응청각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 집이다. 낮은 자연석 기단 위에 자연석 초석을 놓고 세운 2층 누각인데, 하층은 원기둥, 상층은 전면 칸에 원기둥, 후면 칸에 방형 기둥을 세웠다. 하층은 기둥 사이에 토벽(土壁)을 쳐서 창고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토벽이 언제 설치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조선 후기 서화가인 이방운(李昉運)의 `금병산도(錦屛山圖, 1802년)'에는 토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19세기 이후의 어느 시기에 필요에 의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응청각 상층은 4면에 난간을 둘렀으며, 동쪽 1칸은 우물마루를 깔고, 서쪽 2칸은 방으로 꾸몄다. 건물 남동쪽에 3단의 목조 계단을 만들어 2층으로 오르내리게 했다.

김형래 강동대 교수
김형래 강동대 교수

 

응청각의 특징은 온돌이 지표에 밀착되어 있는 일반적인 한국건축과 달리 상당히 높이 들어 올려 온돌을 설치한 독특한 형태와 구성에 있다. 일반적으로 더위를 피할 목적으로 지어진 정자나 누의 성격에, 응청각은 추운 겨울에도 활용이 가능하게 배려되었다. 이러한 형식은 안동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경북, 충북 남부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응청각은 관아의 누각이면서도 비교적 소박함이 깃든 건물로서, 사계절을 활용할 수 있는, 특히나 겨울과 같은 추운 시기에도 활용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축형태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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