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걱정생활
슬기로운 걱정생활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사무국장
  • 승인 2020.09.20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사무국장

 

걱정 많은 내가 코로나 19로 걱정이 한껏 늘었다. 같은 종교 생활하는 기독교인들의 불법적이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태로 국가의 위기상황이 오래가거나 고착될까 걱정이다. 그리고 얼마 전, 대학 졸업반 아들이 취업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적응을 잘하는지, 날 닮아 소심하고 조심성이 많은데 불이익을 당하며 일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걱정 많은 사람이 되었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큰 어려움 없는 환경에서 자란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늘 안고 산다는 게 궁금해서였다. 어른이 되고 보니 내가 엄마의 기질을 많이 닮았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나보다 더 걱정이 많은 분이고 그래서 늘 기도하며 사시는 분이다.

나처럼 걱정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주인공이 있다. 제목도 확 끌리는 `그 녀석, 걱정'이란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처음에 걱정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저 몸에 작은 점처럼 나타나기 시작한 푸른색 콩알이 점점 커지면서 짜증이 나고 친구와 싸우고 몸이 아파 열이 나는 과정을 통해 걱정이 우리 몸과 영혼에 찾아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공감해준다. 결국, 거인처럼 커져 버린 걱정이 주인공을 덮치려 할 때 가슴 깊은 데서 용암이 터지듯 소리를 지르며 걱정과 직면한다. 오히려 걱정은 주인공에게 “네가 불러서 왔으니 나를 보낼 수 있는 것도 너야.” 하며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걱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렇게 걱정과 함께 주인공의 걱정을 걱정하며 내면을 짚어 보더니 자신의 걱정은 전학생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걱정은 무작위로 내게 찾아온다. 그리고 매일 크기와 강도가 다르다. 그림책처럼 주인공뿐 아니라 길 위를 걷는 사람 모두 머리나 가슴, 다리나 팔 등에 푸른 덩어리를 붙이고 다닌다. 이처럼 걱정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걱정이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된 주인공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고민한다. 걱정의 원인이었던 전학생과 조금씩 친해지고 마음을 나누게 되자 걱정의 주인공은 떠난다. 그리고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땐 놀라거나 겁먹지 마. 안녕!”이라며 여운을 남긴다.

걱정과 불안은 세트로 오는 감정이다. 도리스 볼프가 쓴 `불안할 때 심리학'에선 불안 극복을 위한 8단계 전략을 소개하며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잘게 쪼개서 분석하면 스스로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주인공처럼 불안과 걱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슬기로운 걱정생활과도 비슷하다.

자기합리화일지 모르지만 난 걱정과 함께 살아있음을 느끼곤 한다. 살아있기에 걱정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걱정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나의 슬기로운 걱정생활을 통해 더욱 자신을 돌보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통로가 된다. 세상에 전부 나쁜 것은 없다. 건강한 사용방법만이 존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