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살인마들을 잡아달라
잠재적 살인마들을 잡아달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9.20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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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 (취재팀)
하성진 부장 (취재팀)

 

또다시 음주운전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두 건의 음주 차량 관련 사고를 접하면서 분노가 들끓었고 가슴은 미어졌다.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있었던 사고는 그야말로 아이를 둔 부모로서 마음이 아팠다.

보행 도로에 앉아 있던 여섯 살 난 꼬마는 근처에 있던 엄마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가로등이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던 아이를 덮쳤다. 한 남성이 낮술을 마신 후 승용차를 몰다가 차로에서 벗어나 인도에 있던 가로등을 들이받은 것이다. 아이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는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 A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을 거뒀다.

A씨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작성한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20일 현재 61만여명의 동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아버지는 책임감 때문에 가게 시작 후 늘 치킨을 직접 배달하셨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한 제1 윤창호법,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더 낮게 조정한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틈을 타 음주운전이 되레 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힘 김용판(대구 달서병) 의원의 발표대로라면 코로나19로 국민적 우려가 상존하던 지난 7월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지난 7월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1만 12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4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1558건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45.6%나 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에 따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한 8월에는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1만 188건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지만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1337건으로 오히려 33건 늘었다.

김 의원은 음주운전 사고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음주운전 단속이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찰은 올해 1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제 검문식이 아닌 선별식으로 바꿨다.

코로나19로 음주 측정기를 직접 부는 접촉식 단속을 시행하지 않고 단속 횟수도 불가피하게 줄어들자 자연스레 경각심은 해이해졌을 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음주 운전 단속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퍼지면서 서슴없이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음주 운전자는 잠재적 살인마다. 술에 취해 제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는 것은 남의 생명을 능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음주 운전 피해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또 서대문구 여섯 살 아이 참변이나 을왕리해수욕장 치킨집 사장의 억울한 희생이 충북, 청주에서라고 있지 말라는 법도 없다.

윤창호법 적용은 사고 후에 내려지는 처벌이다.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이 중요하다. 상당수 운전자가 경찰 검문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음주운전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는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얼마나 중요하고 예방효과가 큰가를 시사한다. 코로나19를 틈탄 `잠재적 살인마', 음주 운전자를 향한 경찰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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