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으로 본 정치
뇌 과학으로 본 정치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0.09.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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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뇌 연구는 인간 탐구의 최고봉이다. 인간다움의 특성은 외모가 아니라 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진화에서 볼 때 최초의 생명체는 단세포였다. 세포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생존방식을 선택했다. 생명체의 본성은 생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화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먹이가 필요하고 먹이 사냥은 여럿이 하는 것이 유리하다. 세포들은 서로를 필요로 했다. 먹이를 찾고 유리한 움직임을 위해 몇 개의 세포가 하나로 뭉쳤다. 어떤 세포는 다른 세포 속으로 들어가 핵이 되고 미토콘드리아가 됐다. 여러 세포가 한 집 살림을 시작한 것이 다세포 생물의 시작이다. 세포들은 사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는 세포들이 하나의 먹이를 잡기 위해 협동해야 했다. 동일한 목적을 공유하고 행동하려면 세포 간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세포들은 돌기를 뻗어 옆 세포와 접촉했다. 움직임을 위한 소통 채널인 신경계가 발달한 것이다. 신경계를 통해 정보를 나누고 공동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움직임이 고도화되면서 신경계는 더 복잡해졌고 전체를 통제할 필요성이 늘어났다. 드디어 신경계의 핵심인 뇌가 탄생한 것이다. 뇌의 존재 이유는 움직임을 설계하는 것이다.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은 늘 생존을 위협한다. 자연재해나 맹수와 같은 위험 요인을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은 생존에 가장 중요하다. 뇌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지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역량을 끊임없이 키워왔다. 진화과정에서 뇌는 부정적인 뇌로 고착화된 것이다. 좋지 않은 것을 찾아내고 위험을 감지하며 신속히 대응하는 부정적 뇌 덕분에 조상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자연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해진 지금도 뇌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좋은 것을 찾기보다는 좋지 않은 것을 더 빨리 더 많이 찾아낸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것을 찾는 뇌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였던 부정적 뇌가 행복에 가장 큰 장애가 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볼 때 장점보다 단점을 잘 찾는다. 노력하지 않아도 단점은 너무 쉽게 찾지만, 장점은 오래 보고 자세히 보아야 찾을 수 있다. 단체나 조직에서도 문제는 누구나 쉽게 잘 찾지만, 해결책은 아무나 찾아내지 못한다. 부정적인 뇌가 주는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좋은 것을 찾아내는 뇌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성공하려면 긍정적인 뇌를 발달시켜야 한다.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사라졌음에도 원시적 뇌의 본능적 충동에 휩싸여 사람들은 세상을 온통 문제로만 본다. 생존하려면 부정적 뇌를 사용하고 성장하려면 긍정적 뇌를 키워야 한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부정적 뇌의 지배가 강화된 형국이다. 조직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이 난무한다. 조국과 추미애 장관에 대한 의혹 제기의 뿌리는 부정적 뇌의 지배다. 안타까운 것은 보수층이 여기에 더 깊게 빠졌다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진화의 유산인 본능적 행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의 문제를 찾고 부정을 발견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오로지 여기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면 보수는 겨우 목숨을 연명하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다. 긍정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생존은 하겠지만, 정권교체는 희망 사항에 불과할 것이다. 보수 정치는 부정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소한 의혹을 키우고 확대하는 프레임으로 새 시대를 열 수 없다. 긍정의 뇌를 사용해야 한다. 보수만의 비전을 제시하고 꿈을 만들며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긍정의 힘을 키워야 한다. 사라져야 할 유령인 부정적 뇌의 지배에서 벗어나자. 진보를 압도할 수 있는 정책과 혁신을 주도하자. 건강하고 생동감 있는 보수 정치의 새 꿈이 긍정의 뇌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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