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것도 좋지만 어려운 것도 하자구요
쉬운 것도 좋지만 어려운 것도 하자구요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0.09.17 18: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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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한 달에 한 번 심리도서를 읽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책을 통해 상담이론을 적용하고 다시 상기하는 반복 과정은 김치나 고기를 숙성하여 최상의 맛을 찾는 과정과도 같아서 유익하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인데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의 한 문장에 마음을 뺏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덕목은 그 반대되는 것으로 인해 타당성을 지닌다.’라는 문장이다. 빛과 그림자가 그러하고 남자와 여자가 그러하고 자아와 그림자가 그러하다.
독서하는 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는 그림책이 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두 사람(2008)’이다. 함께 하는 두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는 소개를 가진 책으로, 국내에서 이미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장면들은 남과 여, 낮과 밤, 앞과 뒤라는 대극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따로 있으면 모순된 대극이 하나로 만나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는 힘과 조화롭게 전일성을 이룬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우리 삶에서 대극이 만나는 부분은 많이 있다. 개인의 관점에서 대극을 찾아보면 개인의 내면은 자아와 그림자라는 상반된 대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성장하는 동안 사회가 수용하는 것은 자아에, 수용하지 않는 것은 그림자에 보관하며 대극을 형성한다. 그림자는 칼 융이 심리학에 인용한 용어로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그림자를 무조건 어둡고 나쁘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림자에 조금 더 다가가 보자. 자아의 심리적 쌍둥이인 그림자는 우리가 자기다움을 형성하는 동안 숨어 지내다가 갑자기 표출되어 당황시킨다.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제정신이 아니군!”과 같은 자신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며, 예기치 않은 실수를 하거나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미진한 감정의 여운으로 나타난다. 자아와 그림자를 만들며 자기다움을 획득했다면 분리되었던 자아와 그림자는 통합되어야 한다.
자아와 그림자가 낮과 밤처럼 만나지 못하고 빛만 인정하고 그림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림자는 없어지지 않고 신체화로 나타나 우리를 아프게 하거나 타인에게 투사하면서 관계를 해치는 모습으로 발현된다. 소중한 배우자나 자녀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하면서 부족하다고, 무능하다고, 못났다고 상처를 주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게 하는 모순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코로나 19가 길어지고 있다. 자택 근무, 비대면 수업, 여가 활동의 자제로 집으로 모이면서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녀의 미운 모습이 보이고 배우자의 부족한 모습이 자꾸 보인다. 화를 내고, 참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견디지만 해결되지 않는다. 이럴 때 혹시 그림자 투사가 아닌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림자를 확인하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누군가에게 화가 심하게 나거나 불편할 때면 타인의 문제로 규정짓지 말고 나의 그림자를 찾을 기회로 알고 반가워한다. 그다음에는 나를 비춰주는 좋은 거울이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되어준 상대방에게 감사한다. 셋째로 그림자를 만나는 것이다.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지만, 상대를 비난하거나 판단했던 말이나 행동을 나를 향한 것으로 바꿔 해본다. 왜냐하면 그건 내가 창피하게 여겨 깊이 숨겨두면서 열등하다고 부여한 내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항상 다른 두 대극적인 쌍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내 안의 그림자에 진실이 있으며 그 그림자는 빛이 있으므로 만들어졌다. 어린 시절 그림자 밟으며 놀던 것처럼 심리적 그림자와 놀아보며 그림자를 인정하고 알아주는 사이 나는 어느새 자유롭다. 함께 한다는 것은 함께여서 쉽고 함께여서 어렵다. 쉬운 것만 하려 하지 말고 어려운 것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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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0-09-21 01:06:59
그림자와 함께 손잡고 나아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