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하자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하자
  • 반재현 청주시분평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0.09.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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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반재현 청주시분평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반재현 청주시분평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깨진 유리창 이론'은 그 범주를 확장해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익명적 상황이 이기적인 행위를 조장할 수 있음을 정의한다. 이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입해 적용할 수 있는데, 이 중 익명적인 상황과 이기적인 행위에 주목해 깨진 유리창 이론을 도시의 환경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1969년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 교수였던 필립 짐바르도는 유리창이 깨지고 번호판도 없는 낡은 자동차를 브롱크스 거리에 방치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버려진 듯한 자동차의 배터리나 타이어 같은 부품을 훔쳐 갔고 더 이상 훔쳐 갈 것이 없어지자 자동차를 마구 파괴해 버렸다. 그저 유리창이 깨졌을 뿐인 자동차를 발견하곤, 자잘한 부품을 훔쳐 가며 시작된 범죄가 점점 커져 자동차를 부수는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조지 켈링과 정치학자 제임스 윌슨은 이 실험에 착안해 `깨진 유리창 이론'을 명명했다. 이 이론은 일상생활에서 경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때 처벌하지 않으면 결국 강력 범죄로 발전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1994년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그 당시 뉴욕시 곳곳의 수많은 낙서를 모두 지우기로 했다. 당장 범죄 소탕에 힘쓰지 않고 낙서나 지운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가 이런 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바탕으로 한 확고한 기조 때문이었다. 지워도, 지워도 낙서는 계속 다시 생겨났지만, 수년에 걸쳐 길거리의 자잘한 낙서를 지우고 길가의 조그만 쓰레기들을 치우니 낙서도 점차 없어지고 무단 투기되는 쓰레기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정책으로 범죄율도 크게 줄고 도시경제도 활성화돼 그의 정책은 크게 호평받았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도로변에 쓰레기나 폐기물이 방치된 경우 그 주위에 점점 쓰레기가 쌓여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종량제 봉투가 쌓인 곳 주변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 외에도 지나가던 행인들이 놓고 간 쓰레기들이 겹겹이 쌓이게 되고, 바닥에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는 곳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흡연자들의 흡연공간이 되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상황이다.

그런데 만약에 길가에 쌓이기 시작한 쓰레기를 바로바로 치운다면 도로에 쓰레기 더미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담배꽁초를 무심코 아무 데나 버리지 않고 꽁초를 챙겨 쓰레기통에 버리는 조금의 행동만 있다면, 길모퉁이에 담배 연기가 가득 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거리가 깨끗해진다면,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더 버린다는 심리가, 역으로 쓰레기가 없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궁극적으로 도시환경 개선에 깨진 유리창 이론이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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