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대 속에도 맛 집은 살아있다
어려운 시대 속에도 맛 집은 살아있다
  • 이현호 청주 대성초등학교장
  • 승인 2020.09.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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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현호 청주 대성초등학교 교장
이현호 청주 대성초등학교 교장

 

코로나19로 인하여 수많은 식당이 줄 폐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소문난 맛집이나 유명한 식당들은 수많은 미식가들이 줄을 서서 몇 시간이곤 기다리다 음식을 먹는 모습을 많이 목격한다. 심지어는 유명한 중국집 짜장면을 먹으려고 새벽 일찍 집을 나와 몇 시간을 달려가 5000원짜리 짜장면을 달랑 먹고 나와 다시 집으로 달려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맛 집 애호가들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요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배달 음식이 호황을 이룬다. 차를 타고 거리에 나서면 배달 오토바이들의 소음과 곡예운전으로 순간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스마트폰 앱 속에 있는 음식점 가운데서도 맛집들은 전화가 불이 나고 연신 오토바이 배달맨들이 포장된 음식을 나른다. 코로나로 인하여 경제가 어려우니, 살기가 힘드니 해도 먹는 것에는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먹는 것도 좋고 맛있으면 금상첨화인데 쌓여가는 쓰레기들을 다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은근한 걱정도 많이 된다.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중에서도 아이들이 먹고 싶고, 가고 싶은 맛집이 등장하여 맛을 찾는 어린이 미식가들에게 인기 있는 핫한 맛집을 소개해 본다.

청주 대성초등학교에는 아이들이 대성 맛집이라고 난리가 난 학교 급식소가 있다. 올 3월 개학이 되어 새로 부임한 영양사와 조리사들이 손님들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급식소 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가 5월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대성급식소가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맛집으로 등장했다. 코로나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급식소는 칸막이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간격을 넓히곤 급식을 했다. 맛있는 집밥을 먹다가 학교급식을 간편식으로 먹으면 맛이 없다고 할까 걱정을 많이 하며 어린 손님들의 눈치를 살피는데 우려와 다르게 식사를 하는 어린이들에게서 맛에 대한 감탄과 함께 추가로 밥을 더 먹겠다고 야단들이다.

하루 이틀이면 질리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급식소는 더욱 호황을 이루고 어린이들 입에선 대성맛집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되었다. 심지어는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맛있다고 난리들인데 한 끼만 급식소에서 먹으면 안 되느냐는 건의도 들어왔다. 찬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대성 맛집을 학부모들에게도 개방하고 맛을 보여주고 싶지만 위생과 안전을 위하여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거절했다.

요즈음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맛의 즐거움이란 결코 참을 수 없는 최고의 행복이다.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아침 일찍 등교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신나게 뛰다 보면 얼마나 배가 고프겠는가. 배가 고플 시간에 맛있는 점심 한 끼는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행복이 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2학기 시작부터 1/3 등교와 온라인 학습으로 학교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도 학교에 가는 어린이들은 점심시간에 학교 맛집에서 즐거운 점심을 보낸다. 다만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점심에 맛집의 밥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빠른 시간에 전교생들이 모여 대성 맛집에서 즐겁고 행복한 한 끼를 하는 날이 기대된다. 오늘도 대성 맛집에선 진하고 구수한 냄새가 나의 후각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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