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9.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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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나는 고등교육을 이수한 먹물 꽤나 먹은 부모이다. 아이들의 학업은 오로지 아이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하고자 한다면 지원은 하겠지만 선제적인 교육은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면의 내 사고 속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면 한글을 저절로 떼거나 숫자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것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다.

현실은 달랐다. 6세가 되니 학습을 하는 또래의 다른 아이와 차이가 벌어졌다. 어떤 아이는 벌써 영어를 하고 누구는 편지를 쓴다고 한다. 나의 교육적 철학은 사라지고 조바심이 발동한다. 나의 무지로 뒤처진 아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심리적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도 한글은 떼고 학교에 가야 한다는 지배적인 의견에 한글 교육을 시작했다. 마음은 씁쓸하다. 아이가 무한 경쟁에 발을 디딘 것 같았다. 이 아이는 자본주의 논리가 아니라 자기 나름의 행복한 논리 속에 살아갔으면 하는데 경쟁사회 속으로 밀어 넣은 기분이었다.

도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김누리 지음·해냄·2020)를 읽으면서 마음은 더 쓰라렸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우리나라의 사회상에 깊은 공감을 하지만 이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기엔 가혹한 모습이었다.

저자는 우리나라는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경제적, 교육적, 사회적 민주화는 이루지 못한 독특한 모습이라고 한다. 미국보다 더한 극한 개인주의, 초경쟁사회이며 단 한 번의 기회만이 주어지는 원샷 사회, 야만적 자본주의가 득실거리는 모습이라고 한다. 우리는 식민지시대를 거치고 한국전쟁을 치르고 짧은 세월 동안 민주주의로 거듭나나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할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

한 정치가는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느라 다른 분야는 공부하고 고민한 여력이 없어 진보정치인의 경제 및 교육에 관한 생각은 보수와 동일하다고도 이야기 한다. 이러한 우리의 사회가 과연 행복한 걸까?

높은 교육열은 부모의 허리를 휘는 교육비를 동반하고 학벌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뫼비우스 띠처럼 해결책이 보이질 않는다. 여전히 자본에 착취당하고 모든 잘못은 부조리한 사회가 아니라 나의 노력 부재라고 내 안의 노동 감시관은 말한다.

모든 문제는 문제의 상황을 직면한 그 순간에 해결책이 보인다고 했다. 우리 사회도 그럴까?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으며 앞으로 함께 웃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불행을 끊어버릴 수 있을까? 나처럼 경쟁사회에 매몰되고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게 키우기 위해서 기회의 경쟁에 아이를 내몰지 않아도 될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된다. 일단 나부터 비판적 사고를 흉내 내고 올바른 해석이 존재하는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 해보기로 한다. 내 안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굳건하게 만들어야겠다. 나 하나로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단지 하나의 촛불일 뿐이다. 여기저기 함께 피어날 촛불을 기대해보자. 우리의 불행은 정말 당연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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