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운영 학급운영비
자율 운영 학급운영비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9.1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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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올해부터 학급운영비 집행방식을 바꾸었다. 학급운영비를 담임교사에게 먼저 지급하여 자율적으로 집행하게 하고, 후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학교 예산을 사용하려면 먼저 교사가 품의를 하여 구입하고 싶은 것을 결재를 받는다. 그러면 행정실에서는 그다음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대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학급운영비만큼은 담임교사에게 자율권을 주고자 학교별로 약 40만원~50만원을 담임교사 통장으로 보내주면 담임은 개인카드로 사용한 후 영수증을 챙겨서 정산하는 방식이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해보는 방식이라 직원들 간에 많은 협의를 거쳤다. 학급을 운영하며 급하게 사용해야 할 때가 잦은데 결재과정을 거치면 그만큼 늦어진다는 이유도 그중 하나이다. 반 학생들에게 격려가 필요할 때 아이스크림을 사줘도 되고, 학부모 상담 시 차 한잔 대접할 수도 있다. 수업 시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학교 예산은 교장의 결재 후에 집행해야 하는 기존의 틀을 깨고 교사에게 맡기는 것은 새로운 변화이다.

우려도 없지 않았다. 자유롭게 쓰게 하면 교사 개인이 유용하거나 방만하게 운영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정산서와 영수증을 통하여 사용 명세를 제출하여야 하고, 추후 감사 시 지적이 되면 교사가 책임지는 것이므로 믿고 진행하였다.

6학년에서 `학생 창업 프로젝트'수업을 하면서 학급운영비를 활용하여 재미나게 수업을 한 결과를 보았다. 한 반을 네 모둠으로 나누고, 모둠에서 창업계획서를 제출하면 학급운영비에서 4만~5만원의 창업자금을 대주는 방식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 돈만큼 물품을 사서 새롭게 만들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형식이다. 아이들은 근로계약서도 작성해 보고, 온라인 몰을 만들어 물품 홍보 및 판매도 하고 구매도 해 보았다. 그리고 약 95만원의 판매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외 8곳에 기부도 하였다. 살아있는 교육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로 바뀌면서 온라인 상품의 수요도가 급증하고 있다. 비대면(Untact) 시대의 흐름에 맞게 아이들 또한 새로운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해 봄으로써 경제 교육은 물론 직업 교육까지 겸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등교일 수도 적고 온라인 수업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효율적인 교육까지 하는 것을 보니 더욱더 지원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 학교는 교사가 원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모두 지원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도 온라인 수업자료를 만들 때 EBS 등 만들어진 콘텐츠를 그대로 이용하지 않고, 직접 아이들 상황에 맞춰 제작하여 흥미를 유발하는 교육을 한다.

공직 업무를 하다 보면 과한 규제가 종종 있다. 규제 완화를 위하여 정부는 지속해서 시도하고는 있지만, 오래 묵은 기간만큼 바뀌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믿음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좀 더 완화해 준다면 공무원의 혁신적 사고도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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