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가경동 백제토기 가마터
청주 가경동 백제토기 가마터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0.09.1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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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흙으로 빚어 만든 그릇인 토기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수렵, 채집생활에서 안정된 정착생활로 전환되는 시기에 등장한 토기는 식량저장, 음식조리에 이용되면서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고고학 연구에서는 물질적 증거자료로 주로 이용되는 것이 토기이다. 형식분류를 통해 연대설정의 기초를 마련하고, 집자리나 무덤조성의 시기를 가늠하기도 한다.

토기는 점토를 물에 개어 형태를 빚은 후 불에 구워 만든 다양한 용기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완성된 토기를 생산하기까지는 대체로 4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원료인 점토의 채취와 바탕흙[胎土] 준비과정, 형태를 만들고 다듬으며 문양을 장식하는 과정, 건조과정, 굽는과정을 거쳐 토기가 완성된다. 토기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단계인 굽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가마[堯]이다. 이 과정에서 시대별 특징이 나타난다. 신석기시대는 뾰족 밑에 포탄형을 이루는 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시대는 납작 바닥에 갈색 또는 황갈색을 띠며 문양이 없는 민무늬토기로 대표된다. 이 시기의 토기는 손으로 빚고 한데가마[天窯]에서 구웠다. 철기시대는 청동기시대의 민무늬토기가 발전하여 보다 단단하고 기형이 다양한 경질민무늬토기와 함께 두드림무늬토기(打捺文土器)가 새로이 등장한다. 바탕흙이 정선되고 손으로 빚는 대신 물레를 사용하여 기벽이 일정하고 표면에 여러 문양을 베풀었다. 가마도 이전시기의 개방된 한데가마에서 지붕을 씌운 터널형의 굴가마[登窯]를 사용하여 높은 온도에서 구워 매우 단단한 토기를 구웠다.

백제시대 토기는 사내끼무늬[繩蓆文],문살무늬[格子文]가 보편적으로 시문되고, 기형은 둥근바닥항아리, 납작바닥 바리, 굽다리 접시, 세발토기, 뚜껑접시 등으로 다양해진다. 토기색상은 적갈색을 띠는 연질토기, 표면이 잘 갈린 흑색토기, 회색 내지 회청색토기 등 3종류로 나뉜다.

이러한 백제토기 생산시설인 토기가마가 청주 가경4지구 택지개발사업지구에서 2000.11~2001.1에 발굴하였다. 청주에서 유일하게 조사된 백제토기 가마이다. 해발 60~90m의 능선 경사면에 풍화암반층을 80~100㎝ 깊이로 파서 축조한 전형적인 백제시대의 반지하식 오름가마[登窯]로 길이 8.5m, 너비 3.2m이며 바닥면 기울기는 20도이다.

이 가경동 백제토기 가마는 아궁이 앞의 작업공간인 요전부(窯前部), 건조된 토기와 땔감이 들어가는 입구인 아궁이(火口), 연료가 타는 공간인 연소부(燃燒部), 토기가 구워지는 공간인 소성부(燒成部), 연기와 열기가 굴뚝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통로인 연도부(燃道部) 등 가마의 모든 부분이 완전한 형태로 잘 남아 있다. 오름가마이면서 토기생산 전용가마이다. 가마 바닥과 벽면에 5㎝ 두께로 덧댄 흔적이 관찰되어 보수하여 여러 번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유물은 주로 연소실 앞쪽의 퇴적층에서 출토되었다. 둥근밑항아리, 격자문과 거치문이 시문된 독[甕], 바리, 시루, 굽다리토기 등이며 토기벽이 두꺼운 특징을 보인다. 대부분 토기는 고화도 소성보다는 저화도 소성품이 많다. 문양은 격자문계 비율이 높고 평생선문계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 가경동 백제토기 가마는 4세기 전반~5세기 전반대에 토기생산을 위한 조업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마와 동일한 능선에서 백제시대 집자리와 움무덤[土壙墓]들이 발굴되었다. 이들 유구에서 출토된 토기들은 가마터 토기와 소성도, 기종, 문양구성에서 공통된 특징을 보이고 있어, 가마 생산품이 일상생활과 매장에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백제토기 가마와 움무덤의 존재로 백제시대 유구 존재가능성이 큰 능선 정상부 일원은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원형 보존되었고, 충청북도 기념물 제120호(2002.1.11.)로 지정하여 개발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가마는 발굴 후 현지 보존되어 있으나 아파트 옹벽 모퉁이에 초라하게 터로만 존재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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