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과 매몰(6)
발굴과 매몰(6)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0.09.10 1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문화재 발굴 작업이 끝났다. 3개월에 걸친 작업은 기대했던 만큼의 문화재감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산이지만 집터의 흔적이 있어 삼국시대 땐 꽤나 큰 마을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기록으론 병기창과 병기를 제조하는 큰 대장간 등이 있었다고는 했으나 위치추적이 빗나갔고 다만 숯 구덩이만 확인되었을 뿐이다. 매몰되었던 작은 어머니 묘소는 복원과 더불어 적적한 보상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문화재발굴작업이 끝나자 청주 충주간 자동차전용도로공사가 다시 재개되었다. 인부들이 돌아오고 중장비가 투입되었다. 그런데 불도저를 운행하는 분은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다. 55일간의 장마는 잘 이겨냈는지. 코로나 또한 견뎌냈는지….
수마가 훑고 지나갔음에도 농작물은 풍작을 이뤘다. 발갛게 익어가는 고추는 수확이 한창이고 들깨와 콩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특히 땅콩은 너구리와 고라니의 수탈로 소출에 다소 차질을 빗었지만 튼실한 지킴이 누렁이와 새끼 까미를 투입시켜 철통 같은 방어태세를 갖췄고 보름 후면 캐게 된다. 처음 두 마리의 병아리로 시작한 양계는 30마리가 넘게 불어났다. 그 외 토끼, 칠면조, 오리, 기러기들도 건강하게 농장을 헤집고 다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온 세상을 들끓게 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파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데다 기존 인원들도 인기 과목만 가려고 하므로 의사 수를 10년 동안 4천 명까지 대폭 늘리고, 그 대부분을 의무적으로 공공의료 쪽으로 쓰겠다고 발표하면서 사태는 발단되었다. 이 발표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회가 항의하기 시작했고, 정부의 초기대응이 파업까지 이르게 된 사태로 흘러오게 된 것이다.
돌탑을 쌓고, 산사태가 일어나며 악화된 왼쪽 어깨와 오른쪽 팔의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가는데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선 진료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이럴 땐 개인 병원이 빠르다는 얘길 듣고 여기저기 잘한다는 병원을 알아보다 인천 쪽에 괜찮은 병원을 소개받고 진단을 받았다. 1박 2일 동안 엑스레이와 엠알아이, 엠알에이 촬영과 신경검사 결과 왼쪽 팔 회전근육 파열. 오른쪽 팔꿈치 신경 줄 압착으로 판명되었다. 한꺼번에 수술은 안 되고 오른쪽 팔꿈치부터 수술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일단 수술을 받으면 1주일은 병원에 묵어야 한단다. 이른 봄부터 땀 흘려 지어 놓은 농작물들을 기쁨으로 거둬들여야 하는 이 가을. 하필이면 왜 이때인가도 싶다. 하지만 수술을 늦춰서는 안 된단다. 팔꿈치에 눌린 신경 줄은 이미 새끼손가락을 마비시켰고 소지와 중지 사이의 약지마저 감각을 잃어가고 있어 이대로 두면 오그려진 상태로 굳는다고 한다. 급한 대로 큰형님께 가을걷이와 동물 돌보기를 부탁했지만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하시니 맘을 놓을 수가 없다.
지난 수해 때 밭으로 들이닥치던 물길을 돌리려 허물어 막았던 돌탑 앞에 섰다. 병 목이 반쯤 잘려 진 것 같다. 늘 마지막 꼭대기 마무리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했었다. 그러다가 진안에 있는 마이산 돌탑으로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가던 중으로 뾰족하니 차가와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수해로 중단된 돌탑.
항아리 모양은 어떨까? 혹은 첨성대 형태? 혹은 호리병? 이런 모양들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 항아리와 첨성대와 호리병이 복합된 형태라면 좋겠다. 이런 모양이라면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돌탑이 될 것이다. 그래 맞다.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 (唯一無二)한 돌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