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정성이라는 대가
시간과 정성이라는 대가
  • 윤소연 청주시 흥덕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 승인 2020.09.1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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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윤소연 청주시 흥덕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할 때 쓰레기 무단투기 민원 전화를 받고 나가보면 참 가관이다. 널려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며칠 뒤에 다시 지나다 보면 동일한 장소에 같은 장면이 연출돼 있다. 같은 장소를 몇 번을 치워도 다음번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
대부분 주민들은 집 안 청소는 내가 하고 집 밖 청소는 환경미화원들, 즉 행정기관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집 앞 쓰레기 문제조차 행정복지센터에 전화해서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
동 쓰레기 민원은 대체로 ‘본인 집, 건물 앞에 살지도 않는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라는 것과 ‘집 앞 도로가 너무 더럽다’라는 것이다. 자기 집 문 바로 앞에 있는 쓰레기조차도 스스로 치우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 놀랍다.
‘삶에서 자유를 원한다면 규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라는 글귀를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에서 봤다. 깨끗한 환경을 누리기 위해 어떤, 그리고 얼마만큼의 규율이 필요한 것일까.
지금의 쓰레기 문제들을 보면 가끔 1970년대처럼 마을 대청소를 부활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마을 주민들이 동네 청소에 너도나도 책임감을 갖고 나서지 않는 이상 동네 쓰레기 투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주도적으로 마을 공동체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고 나서는 민관 조직이 필요하다. 조금의 강제성을 가지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내 동네를 내가 치우는 행사가 필요하다. 같이 치우고 같이 감시하는 체계가 갖춰져야만 집 앞 도로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주민 모두가 주택가, 이면 도로 쓰레기 문제의 책임을 나누고 공공기관은 큰 도로를 책임져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동네를 깨끗하게 만드는 귀중한 경험과 필요한 봉사활동 시간을 주고, 민방위 대상자들에게는 기간 내 받지 못한 민방위 교육을 대체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어린이집, 초·중·고교에서 아이들에게 필수적으로 쓰레기 관련 교육을 시켜야 한다. ‘쓰레기 분리배출’부터 ‘본인이 머물고 지나간 자리의 쓰레기 청소’까지 당연시하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경제관념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 깨끗한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한 생태 관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쓰레기 올바로 버리기를 유도할 만한 아이디어들이 필요하다. 인력과 예산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너무 강제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쓰레기 투기를 대처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분명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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