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잖아요
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잖아요
  • 김성일 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20.09.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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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김성일 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김성일 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연탄길 이란 책 속의 일화에 보면 참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립묘지 앞 꽃가게를 운영하는 부녀의 이야기입니다.

부근에 꽃가게가 한 집이라 사람들은 모두 이 부녀의 꽃집을 이용하는데 그런데 묘소 앞에 허리가 활처럼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좌판에서 꽃을 팔고 있습니다. 그 할머니는 묘소에 놓아둔 꽃들을 몰래 가져다가 팔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딸은 아빠에게 가만 놔두면 안 된다고 하고 아빠는 그냥 놔두라고 합니다. 할머니는 꽃집에서 사간 꽃을 다음날 새벽 몰래 가져다가 반값도 받지 않고 팔고 있었습니다. 흥분한 딸에게 말한 아빠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감동입니다.

“오죽이나 살기 어려우면 죽은 사람들 앞에 놓인 꽃을 가져다 팔겠니? 그냥 모른 척해라.”

“옳고 그른 건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다른 사람을 욕해서는 안 돼. 우리도 그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는 거야.“

더 감동적인 내용은 뒷부분인데 겨울이 되어 묘소에 꽃을 두는 사람들이 적어지자 허탕을 치는 할머니를 위해 꽃집 아빠는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꽃을 묘소에 가져다 놓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딸이 보게 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딸에게 아빠가 말하죠.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거라고. 우리의 삶이 꺼져 갈 때마다 우리를 살리는 건 우리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코로나로 인해 정말 가슴 답답함과 마음 아픔이 있습니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동물들에게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서슬 시퍼런 혀의 칼을 들고 보이는 사람마다 난도질을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동안 서로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잘 지내왔던 모든 것들이 이해할 수 없다 하며 처단해야 하는 원수들로 변해 버린 모습들입니다.

확진자는 환자가 아닌 범죄자로 변해 버렸고 교회는 돈만 아는 이기적 사이비로 이웃은 모두 조심하고 감시해야 할 감염자로 변해 버렸습니다.

여기저기서 고소 고발과 응징과 처벌을 주장하며 살벌하게 변해버린 모습엔 참 마음이 아픕니다.

사람의 이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동병상련 외에는 하기 힘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옆집 암에 걸린 사람보다는 내 목에 생선가시 걸린 것이 더 고통스러운 게 사람의 이기심이니 모두 이해하려 하거나 이해가 안 된다고 흥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34)

이해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사랑하라 하십니다. 자신을 팔아넘기기 위해 나갔던 제자 유다를 뒤로하고 제자들에게 가르침으로 해주신 말씀입니다.

코로나로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 할 수 있는 믿음의 사람이 그러한 교회가 그러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런 제가 되길 소망합니다.

이해하기 힘들어도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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