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9.09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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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희한한 일이다.

베스트셀러(best-seller)라고 하면 우리는 생각한다. 재미있을 것이라고. 재미가 없다면 깊이가 있을 것이라고. 재미도 없고 깊이도 없다면 소장의 가치라도 있겠거니 여긴다. 이도 저도 아닌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면 대중의 마음이 흔들릴 만큼 어지러운 세상이라는 반증일까.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려면 일정 기간 가장 많이 팔려야 한다. 그래서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싶다면 그해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 목록만 보고도 대중의 문학적인 취향과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교보문고 9월 1주차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결과 일명 조국 흑서로 불리는 도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가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지난달 25일 발간됐으니 세상에 나온 지 일주일만인 지난 2일 10쇄 인쇄에 들어갔다. 쇄 당 평균 5000부씩 인쇄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5만부 가까이 팔렸다는 얘기다. 서민 단국대 의과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5명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 나눈 대담집이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조국 사태나 586세대 등 정권의 부패를 주장하고 진보의 변화를 주장하는 이 책을 읽고 감동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일명 조국백서로 불리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은 17위에 올랐다. 이 책의 판매비중을 보면 50대가 32.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검찰과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 책 역시 감동도 재미도 없는데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 있다. 정치사회분야로 나눠보면 판매 순위 1위는 조국 흑서, 2위는 조국 백서가 차지했다.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한 패널은 두 책을 읽고 난 후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렇게 말했다. 공통점으로는 두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포함됐다는 점과 조국 전 장관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둘 다 재미가 없다고 밝혔다. 차이점으로는 조국백서는 2만2500원, 조국흑서는 1만7800원으로 조국백서가 4700원 더 비쌌고, 장당 가격은 조국 백서가 44.6원, 조국흑서가 52.35원으로 조국 흑서가 7.75원 비싸다고 했다.

재미도 없고 조국 전 장관을 다루지 않았으니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 책인데 가장 많이 팔렸나갔으니 이 또한 이상한 노릇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 등으로 지난해 10월 14일 직에서 물러났지만 코로나19로 시국에도 그를 둘러싼 논쟁은 정치권은 물론 서점가까지 침투해 활자 전쟁을 벌이며 여전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너와 나, 흑과 백, 여와 야는 있어도 여전히 `우리'가 없는 사회에서 조국백서와 조국 흑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닐 듯싶다.

정치권은 여전히 공정과 기회균등을 외친다.

그런데도 연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문제는 코로나19 소식과 태풍 소식까지 덮을 만큼 이슈다.

명예는 유혹을 멀리할수록 가까이 온다고 하던데 정치인들은 명예를 얻기는 쉽지 않을 모양이다.

아빠 찬스도, 엄마 찬스도, 조부모 찬스도 없고 영혼까지 끌어 모아도(일명 영끌) 내 집 마련도 못하는 세상을 살면서도 슬프지 않았는데 어제 지인의 말이 비수를 꽂았다. “우리는 마치 삼국 시대를 사는 것 같아. 진보, 보수, 북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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