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성장을 멈춰야 인류가 산다
개발과 성장을 멈춰야 인류가 산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9.07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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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재난의 연속이다. 코로나19가 세계를 점령하고 인류에게 커다란 과제를 던져주더니 장마에 태풍까지 연달아 발생하면서 한반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힘든 일을 이겨내기도 전에 다시 어려운 일들이 겹치면서 국민 모두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재난은 단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산불, 가뭄, 폭염, 해빙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감염균으로 대책 마련에서 뒷순위로 밀려나 있지만, 지구생태계를 위협하는 기후변화는 재난 쓰나미를 몰고 오고 있다. 전 세계가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소용돌이와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기후협약을 맺고 강력한 실천을 약속했지만, 자연재해의 가속도를 멈추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결국, 인간들이 산업과 개발이란 이름으로 몇 세기에 걸쳐 끝없이 자본의 욕망을 밀어붙인 결과가 작금의 현실인 셈이다.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인류의 생활도 급변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태풍, 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이 반복되고, 일상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극단적 개인주의자가 증가하고, 정신적 고통이나 병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삶터가 불안해지면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젊은 층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실태조사에서 충북의 비혼여성 10명 중 7명이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것도 지구의 환경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결혼율이 떨어지면서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는 것은 당연하다.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육아환경도 원인이지만 불안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인구감소는 국가 운영에 위기감을 안겨준다. 이처럼 지구환경의 위기가 실핏줄처럼 이어져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생태계의 위기 속에서 7일 유엔이 정한 첫 `푸른 하늘의 날'을 맞이했다. 이 기념일은 맑은 공기를 위한 공동 대응의 의미를 담아 지난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것으로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다. 채택 당시 코로나 전염병 확산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어찌 됐든 올해는 10여 년 만에 맑고 푸른 하늘을 보고 있다. 다시 못 볼 것 같았던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 하늘을 이렇게도 조응할 수 있구나 싶어 웃프기도 하다.

환경단체에서는 `푸른 하늘의 날'을 맞아 현재 직면한 기후 위기 상황에 대해 단기적인 대책에 안주하지 말고 정부의 확고한 로드맵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성장주의에서 탈피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탈 탄소 전환에 대한 의지를 보이라는 주문이다. 지구환경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발등의 불이 된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맑은 하늘을 보며 좋다고 할 수없는 처지지만, 푸른 하늘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강제적 멈춤의 시간이 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 하나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의 기계음을 일제히 멈춘다면, 개발 시계를 최대한 멈춘다면,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도 조금 더디게 다가올 수 있을 거란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멈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하다. 이 값진 경험을 허투루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강력히 추진력을 발휘해 단 하나의 지구를 지켜내는 방법을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 생명을 대가로 한 지구생태계의 이 경고가 인류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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