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청주의 역사와 함께 했던, 청주 공북루(拱北樓)
400여년 청주의 역사와 함께 했던, 청주 공북루(拱北樓)
  • 김형래 강동대교수
  • 승인 2020.09.0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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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김형래 강동대교수
김형래 강동대교수

 

누정(亭)은 일반 건축물과 달리 주변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아마도 누정을 짓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대부들에게는 정신적 휴식을 통한 재충전의 공간이었고, 야외아집(野外雅集)의 장소였으며, 별서유거(別墅幽居) 취향을 만족시켜주는 은거지였다.

조선의 선비 송시열은 남의 비어 있는 정자를 빌려 몇 달 동안 조용히 앉아 글을 읽었더니, 읽은 책이 과거 1년 동안에 읽은 책 수에 맞먹는다고 했다. 이처럼 누정은 자신을 위한 수양의 공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누정이 대자연과의 교섭, 풍류와 휴식의 장소로만 지어졌던 것은 아니다. 공공적인 성격을 띤 지방의 누정은 건립목적이나 기능면에서 일반 누정과 차이가 있다.

예컨대, 청풍 한벽루나 청주 망선루와 같은 관아의 부속 누정은 자연 감상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으나, 그 지역을 찾은 사신이나 지체 높은 빈객을 접대하는 장소 혹은 그 지역 세도가들의 시회나 풍류 모임의 자리로 사용된 때가 더 많았다.

역사적으로 청주를 대표하는 관아(官衙)의 누정은 공북루(拱北樓)와 망선루(望仙樓)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의 역사와 부침을 함께하며 현존하고 있으나 공북루는 기록에만 남아 있다. 공북루가 처음 기록에 나오는 것은 고려 공민왕 때이다. 공민왕은 1361년(공민왕 11) 홍건적의 2차 침입으로 안동으로 피난길에 올랐다가 돌아가는 길에 청주에서 5개월여를 머물렀다.

공민왕은 청주에서의 체류기간이 길어지자 취경루(현재 망선루)에서 과거시험을 실시했다. 또 원나라에 사신을 파견하는 의식인 `배표'(拜表) 행사를 무심천변의 `공북루'(拱北樓)에서 가졌다. `고려사' 「공민왕 11년 8월조」 에는 “첨의상의 강지연을 원나라에 보내어 신정(新正)을 축하케 하고 전리판서 이서룡은 천추절을 축하케 할 때 북정(北亭)에 행차하여 표문(表文)을 배송하고 드디어 공북(拱北)에 올라 문신에게 명령하여 현판상의 시운(詩韻)을 화답케 하였다.”라는 기록이 전한다. 또 그 당시 몽진 때 호종했던 26명의 대신이 지은 응제시 26편이 지금도 전한다.

현재 공북루의 정확한 위치나 규모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고려말 권신 권한공(權漢功, ?~1349)의 시에, `공북루(拱北樓) 새로 지은 것은, 경신년 시월 초순인데'라는 내용으로 보아 1320년(충숙왕 7) 이전부터 공북루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언제 훼철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 후기의 문신 이유신(李裕身, 1698~?)이 청주목사로 부임해 1736년부터 1737년 사이에 공북루를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공북루가 400여년 이상을 청주의 역사와 함께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공북루(拱北樓)란 두 손을 맞잡고 북쪽을 향해 조아린다는 뜻인데, 왕이 오르면 중국에 대한 사대요, 신하는 임금에 대한 충성을 뜻한다. 전국적으로 읍성의 문루나 읍치의 북쪽에 공북루라는 이름의 누정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왕에게 복종한다는 상징을 지니고 있다.

당시 공북루는 주치(州治)의 북쪽 3리에 있었다. 대교천, 즉 지금의 무심천변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옛 무심천이 지금의 우암초등학교 앞에서 북서쪽 향군로를 따라 흘렀으니, 아마도 그 근처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주는 역사적으로 신라 신문왕(神文王) 5년(685)에 서원소경(西原小京)이 설치된 이래 충청지방의 정치·군사·문화적 중심지로 성장하여 왔다. 현재는 충청북도의 도청소재지로서 행정적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창건되어 조선후기까지 400여년 청주지역을 지켜왔던 공북루가 그 옛날 어진 사람들의 교화의 향기를 맡으며, 모든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복원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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