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쓸모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승인 2020.09.0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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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일까, 환경파괴가 심각해지며 우리가 저질렀던 무지함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이 더운 여름 마스크를 쓰고 사람 사이에 섬이 생기는 때가 되니 앞으로의 시간이 염려된다. 생태 관련 수업을 준비하다 윤구병 선생의 삶이 참 좋은 삶이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5년 변산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변산 교육 공동체'를 세운 분이다. 그는 죽을 때가 되면 바다에 뛰어들어 자신의 몸을 물고기 밥이 되게 하고 싶다는 기괴한, 그러나 자연과 함께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이 배어 있는 소망을 들은 적이 있다.

선생은 변산에 자리 잡고 살면서 그림책을 한 권 내신 적이 있다. 『모르는 게 더 많아』이다. 그림은 이담선생이 그렸는데 등장인물을 전부 그림자로 처리해서 표정을 알 수 없다. 이런 독특한 기법이 내용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어 이야기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글과 그림이 조화로워 기억에 남는다.

시대는 원시 공동체 사회다. 할머니 이름이 저녁놀, 엄마 이름은 고운놀, 아빠 이름은 타는놀,

어쩜 이름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주인공 아이 아침놀은 힘이 세고, 빨리 달리고 발자국만 보아도 짐승을 알아맞히는 똑똑하고 용감한 아이다. 하지만 사냥을 싫어하고 경쟁을 하지도 않으며 다친 짐승을 고쳐주거나 덫에 걸린 동물을 구해서 숲으로 돌려보낸다. 원시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사냥에 능하지 못하니 아침놀은 외톨이에다 아빠한테 만날 혼나기 일쑤다.

도시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것도, 농촌에서 자연의 얼굴을 살피며 씨 뿌릴 때와 돌볼 때, 추수할 때를 아는 것 모두 아름답고 쓸모 있는 삶일 것이다. 서로의 삶의 영역을 얕잡아 보지 않고 자기에게만 주어진 생을 살아내는 것은 존엄의 엄정한 의무일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사는 환경 또한 자기 몫을 충실히 하며 지금껏 몇천만 년을 살았다는 것이다. 숲에서 마을 친구를 구해준 아침놀은 이제 아픈 사람을 살피고 땅에 살고 있는 생명체와 더욱 깊이 교감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아침놀처럼 사는 생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이것이 진정 아름다운 쓸모가 아닐까. 우리 각자 자신이 살아내고 싶은 생을 마음껏 살아가되 다른 생명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자기를 돌보는 것과 똑같이 정성을 들인 삶 말이다. 어릴 적, 매사에 아끼고 오래 쓰고 작은 생명도 소중하게 생각하던 엄마의 마음자세가 이제 보니 생태적인 삶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까지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스토리텔링을 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며 소통하는 사회였다면 이제는 보존하는 사회로 가야 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사회, 더불어 공존하는 사람과 자연만이 건강하게 끝까지 살아 서로 고개 끄덕이며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위해 나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고민지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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