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무거운 책임 벗어나 가벼운 일상 즐깁니다”
“공인 무거운 책임 벗어나 가벼운 일상 즐깁니다”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9.06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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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어떻게 지내십니까 - 정우택 전 국회의원
지인들과 점심·차 나누며 소중한 시간 보내
소홀했던 집안일 거들다보니 금슬도 좋아져
윤달 부친 묘 이장·95세 장인상 조용히 치러
총선 공천 배신·속앓이... 지금도 다스리는 중

 

“공인의 무거운 책임을 벗어난 홀가분함이랄까, 자유인으로서의 가벼움을 느끼며 즐기고 있습니다.”

4·15 총선이 끝난 뒤 넉 달 반. 원외 정치인이 된 정우택 전 의원(67·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 점심 같이하고 차 한잔 나누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만보 이상을 걷다 보니 몸무게가 4㎏ 가량 줄었다는 정 전 의원은 “집안일도 거들고 많은 시간을 아내와 있다 보니 금슬도 좋아진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4·15 총선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공인의 무거운 책임을 벗은 홀가분한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인들과 점심 같이하고 차 한잔 나누는 시간도 소중하게 보내고 있고요. 정치한답시고 소홀했던 집안일도 거들다 보니 아내와 금슬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실제 정 전 의원에게는 그동안 집안의 대소사가 많았다. 윤년 윤달인 지난 6월에는 35년 전 작고하신 부친의 유해를 용인에서 분당 자하연으로 화장해 모셨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31일에는 95살 장인의 장례식도 치렀다. 코로나 시국에 폐가 되지 않기 위해 부음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렀다고 전했다.



- 정치인이시니 여전히 많은 사람을 만날텐데 사람 만나는 게 전과 같지 않지요.

◆크게 괘념치 않습니다. 권력의 있고 없음에 따라 사람이 떠나는 것을 두고 중국 고사에 한 현인도 세상인심이 다 그런 거라고… 탓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 것처럼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낙선의 아픔을 웬만큼 떨쳐낸 듯 보였던 정 전 의원은 그러나 지난 총선 얘기를 꺼내자 불편한 속내를 애써 감추지 않았다.



- 4·15 총선 후일담을 듣고 싶습니다.

◆4·15 총선을 치르면서 `배신', `속앓이'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문득문득 마음이 무거워지고 짓눌리기도 합니다. 아직은 다 다스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시간을 갖고 … 충북과 나라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나의 허물에 대해서도 되돌아 보고….

-`배신'이라 하셨는데 흥덕구 공천 때문인지.

◆정치생활 중 4·15 총선 같은 공천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당 지도부가 행패 부린 것밖에 안됩니다. 경쟁력 있는 후보의 이기는 공천을 했어야 됐는데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 부덕도 있지만 당의 공천이 잘못됐습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지금도 갖가지 뒷얘기가 나돌 정도입니다.



- 30여년 정치생활 중 3번 낙선을 하셨습니다. 그중 가장 뼈아팠던 때를 든다면.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3선에 실패했던 2004년 총선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3선이 됐으면 그 뒤 다선도 가능했고 좀 더 큰 정치도 했을 것 같은데…. 지사를 거쳐 8년 만인 19대때 국회에 복귀했는데 그 8년의 공백이 중앙 정치권에서 도약에 큰 제약이 됐습니다.



- 3번의 낙선을 딛고 재기하는 과정을 보면 극적이랄까요, 의외의 승부수가 있었습니다.

◆39살 경제기획원 과장을 집어던지고 정치에 도전했을 때 그 자체가 과천 관가에 파란이었습니다. 그 뒤 2004년 낙선 뒤 이원종 지사님의 3선 철옹성에 도전한 것이나 홍재형 전 부의장님의 상당구에 출마한 것이나 도전적 감각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선택이었죠. 속된말로 `맨땅에 헤딩'같은 무모한 도전이었는데, 저의 정치적 야망에서 나왔다고 봐야겠죠.



- 다음 수(手)가 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국회의원 한 번 더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되겠습니까. 정치적으로 좀 더 큰 걸음을 떼는 기회라면 모를까. 이번 낙선이 30년 정치생활 끝맺음인지 여부에 대한 결심도 아직 서지 않았고, 좀 더 시간을 갖고 저를 다스리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 가족 이야기 좀 들려주시지요.

◆아내는 어릴 적 초·중학교 전교 수석을 했던 수재였습니다. 강금실, 조배숙, 김영란 등 내로라하는 여성계 거물들이 동기들입니다. 기 센 동기들이죠. 하지만 정치적 DNA는 전무합니다. 정치인의 아내지만 정치하면 아직도 경직됩니다. 그럼에도 정치인 내조하며 아이들 잘 키웠으니 너무 고맙지요. 자식은 올해 마흔살, 서른 여덟살 아들 둘이 있는데 미국 유학 마치고 모두 금융부문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큰애는 정치를 혐오하는데 둘째는 선거 때 휴가 내고 와서 도와주곤 했지만 정치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게 했습니다.



- 유력 정치가문인데 이해가 안됩니다.

◆정치라는 게 해보니 안정적이질 않아요, 국민들의 불신도 크고 또 무엇보다 가정에 소홀해 지는 게 싫습니다.

5선의 부친 고(故) 정운갑 의원에 이어 4선의 정 전 의원에게서 듣는 `자식 정치 불가론'이 허투루 한 말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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