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배설(排泄)할 것인가
어떻게 배설(排泄)할 것인가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0.09.03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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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한 남성이 공중화장실에 들어선다. 칸막이가 없는 세 개의 소변기 모두 비어 있다. 그 남자는 출입문에서 먼 거리에 있는 소변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미 소변기를 사용 중인 사람이 있다면 그 남성의 선택은 어떨까. 사회심리학적으로 여러 형태를 띤 회피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남자는 화장실에서 혼자이고 싶어한다

세 개 중 맨 오른쪽이나 왼쪽 끝 소변기를 사용 중인 사람이 있다면 그 남성은 차분히 걸어가서 가운데 소변기를 사이에 두고 침착하게 용변을 본다. 양쪽 소변기 모두 사용 중이고 가운데만 남았을 때는 어떻게 될까.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다 도로 화장실을 나가는 사람, 대변 칸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사람, 손을 씻는 척하며 시간을 벌다가 자리가 비면 후다닥 소변기로 달려가는 사람, 당당하게 가운데 소변기로 가서 볼일을 보는 사람 등이 있을 것이다.

`공중화장실 공포증(Paruresis)'이라는 증상이 있는데, 이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불안함, 수치심을 느껴 공중화장실에서 대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는 배뇨장애 중 하나다. 인구의 7%가 이 증상을 겪고 있으며 그 중 90%가 남성이라고 한다. 이 증상은 대개 유년이나 청소년기 시절 좋지 못한 기억의 영향이 크다. 남성성을 자랑하려 친구들끼리 오줌 누기 내기 등을 하다가 방광 근육조절이 잘 안 되어 놀림을 당한 경험 등이 하나의 영향이 될 수 있다.

어쨌든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공중화장실에서 혼자이고 싶어한다. 대개 여성들은 여럿이서 함께 화장실에 가는 걸 아무렇지 않아 하며 심지어 몰려다니기까지 한다. 반면 남자들끼리 한잔하던 중 친구에게 “야, 화장실 같이 갈래?”라고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심이 든다면 오늘 밤에 실험을 해봐도 좋다. 이상한 눈초리들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심리적 배설물, 분노

상담심리학에서는 분노를 `심리적 배설물'로 취급한다. 생리적으로 배설물을 배설하지 않고 몸에 담고 있다면 몸속의 장기가 온전하지 못하게 된다. 분노라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담아두고만 있다면 신경증 증세로 힘들어 할 수도 있다.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면 배설을 정상적으로 하듯 심리적으로 정상인 사람은 분노를 관리하고 배설할 줄 알아야 한다.

질병과 홍수, 무더위 등의 고난이 장기화하면 몸도 마음도 지치고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요즘 자주 마스크 착용 논쟁 등으로 무지막지하게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는 영상들을 자주 보게 된다. 잘못된 분노 배설이다.

배설은 화장실에서 해야 하듯 심리적 배설인 분노 역시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공간에서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 배설물을 상대방 면전에 쏟아부을 때, 상대방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아무 데서나 또는 조금만 자기에게 맞지 않아도 화를 내고 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아무 데서나 똥을 싸는 똥개와 다름없다고 홍성남 소장(카톨릭영성상담소)이 어느 칼럼에 적었다. 실제로 화를 너무 자주 내는 사람이면 주위 사람들은 `저거 또 짖네'라고 한다. 또한 마음껏 분노(화)를 내놓고 시간이 지나 주변 사람에게 “미안해, 내 성격이 좀 그래서…”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아무 데나 똥을 싸놓은 사람이다. 주워담기 힘들다.

화장실에서 혼자 배설을 하고 싶어 하듯, 분노와 화가 치민다면 혼자 있는 차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방문을 닫고 베개를 두들겨 패거나,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궁시렁궁시렁 혼자 욕을 30분 이상 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러면 분노가 좀 가라앉는다. 그리고 배가 고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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