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데믹 세상
인포데믹 세상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0.09.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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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수난당한 지폐가 TV화면에 가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독하겠다고 전자레인지에 돈을 넣고 가동해 지폐가 열을 이기지 못하고 타버린 것이다. 몇 달 전에는 조의금 들어온 지폐를 소독하려고 세탁기에 넣고 돌려 세탁기 안에 오만 원권 지폐가 뭉쳐져 있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이처럼 돈을 세탁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소독하다가 훼손되어 교환한 지폐가 60억이 넘는다 한다. 이처럼 우리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경솔하게 행동하여 일을 그르치는 예가 적지 않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러나 그 많은 정보가 믿을만한 정보인지 가리기란 쉽지가 않다.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말은 정보와 전염병의 합성어로, 허위 정보가 전염병처럼 급속히 퍼지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눈만 뜨면 새로운 소식들이 대중매체, 또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쏟아진다.

예전에는 언론매체에서 전달되는 뉴스들은 진실만 전해진다고 믿기도 했었다. 지인들이 휴대폰을 통해 보내준 정보들 또한 보내준 사람을 믿듯이, 당연히 믿고 싶어 읽고 공감하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면 올바른 정보가 아닐 때도 종종 있다.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 전염병 여파를 지켜보며 이 바이러스만큼이나 전염력이 강한 허위정보가 범람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지난봄, 한창 코로나19로 온종일 집안에서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울 때이다. 자주 만나는 지인들과의 모임도 뒤로 미루고 있을 때인데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코로나19 예방법이라며 생강 끓인 물로 입을 소독하면 효과가 있다는 긴 글이었다. 글쓴이가 어느 병원 의사라 하니 혹시나 하면서도 믿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았었다. 생강이라면 몸에 해롭지도 않을 터이니 `생강을 사다가 끓여서 꾸준히 해볼까'할 때, 또 다른 지인이 단체 채팅방에 올린 같은 내용의 글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예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라는 부탁까지 하는 문구도 있었다. 며칠 후 거짓정보라는 글이 다시 날아들었다.

어느 교회에서는 소금물이 예방에 효과가 있다 하여 분무기에 넣어 신자들의 입을 통해 목으로 분사했으며 그 교회에서는 이후 코로나19 감염자가 여러 명 나오면서 그 일로 전염병이 더욱 확산되었다는 뉴스도 접했다. 코로나19 예방차원으로 메탄올을 이용해 집안을 소독하다 중독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일도 있으며,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고 건강을 지키려다 오히려 건강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다.

주춤하던 코로나19 전염병이 재확산되어 초긴장 상태이다. 지방 소도시에서도 이렇게 일상생활이 힘든데 대도시에서 전염병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얼마나 불편을 감수해야 할지 뉴스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만 늘어간다. 불안과 혼란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잘 지킴은 물론이고 거짓 정보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확인된, 근거 있는 정보를 주고받도록 모두가 힘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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