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예배
참다운 예배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0.09.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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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누적 환자가 지속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봄에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굳이 종교시설에 대한 집회제한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종교단체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종교시설 내 각종 대면 모임을 자제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정규 예배와 미사 및 법회 등도 일시 정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신도들을 흔들어 깨워야 할 성직자들이 솔선수범하지 못한다면, 봉사가 봉사를 이끌려는 짓에 다름 아닐 것이다.

상황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성직자 등이 나라 전체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상시국이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배당 아닌 곳에서는 예배를 드릴 수 없다며 예배당에 모여 예배를 강행하는 지독한 어리석음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2차 팬데믹이 심히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것은 상식 중에서도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는 예배당서만 드려야 한다는 아집(我執)에 휩싸인 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는 자라면, 결코 그를 성령의 도구로 쓰이는 지혜롭고 참다운 목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대교에서는 금요일 해 질 녘부터 토요일 해 질 녘까지를 안식일로 정하고, 이날 하루 모든 일손을 쉬고 그들의 민족신(民族神)인 야훼께 예배하며, 모세 십계명(十誡命)에도 안식일에는 모두가 쉬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안식일 전통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안식일에 수종병 환자를 고쳐 주신 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누가복음 14장 5절을 통해서도 “너희 가운데서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에라도 당장 끌어내지 않겠느냐?”며 그 어떤 전통이나 형식에 사로잡히지 않는 성령의 역사를 보여 주신 바 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라면, 예배를 보는 장소인 예배당을 위해 예배가 생긴 것이 아니라 예배를 위해 예배당이 생긴 것이며, 예배는 사람을 위해 생긴 것이지 사람이 예배를 위해 생긴 것이 아님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처한 상황에 맞게 그 어떤 곳에서도 정갈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장소가 예배당이고, 상황에 따라 예배 형식도 얼마든지 간소화할 수 있음도 당연하다. 예배는 모든 사람들을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도록 흔들어 깨우는 과정일 뿐, 헌금 등 교회 수입을 위한 목회자의 경제활동의 장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예수님 말씀처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듯, 예배당과 예배가 사람을 위한 것이지, 사람이 예배당과 예배를 위해 생긴 것이 아님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목사, 신부, 스님 등 성직자라면 제 안의 온갖 주견과 욕심 욕망을 비워 낸 뒤, 심령이 가난한 `나 없음'의 무심(無心)으로 목전의 상황을 정견(正見)해야 한다. 그래서 예배와 미사와 법회를 봉행할 것인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일시 정지할 것인지,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입에서 침이 튀도록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스스로를 부인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짐으로써, 제 안의 주견을 텅 비워 낸 뒤, 오직 공의로운 하느님 뜻대로 행하는 자만이 천국에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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