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곰씨들을 위하여
세상의 많은 곰씨들을 위하여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0.09.03 20: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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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은 우리 이야기

 

그림책 그릇에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사실 그림책 작가는 성인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있는 그림책에는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문학이 마음속에서 깊숙이 느끼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막연한 정서를 언어화하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매체라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어 왔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다는 것은 개방하기 어려운 경험을 고백하고 감정을 명료화하는데 훌륭한 수단이 된다. 성인들의 그림책 읽기 모임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 그림책 그릇은 노인경 작가의 `곰씨의 의자(2016, 문학동네)'를 소개한다. 주인공 곰씨는 의자에서 시를 읽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일상을 보낸다. 어느 날 자신을 탐험가라 소개하는 토끼를 만나고 곰씨는 토끼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에 행복하고 즐겁다. 곰씨는 자신의 의자 한켠을 내어주며 친구가 된다. 그런데 점점 곰씨는 의자에서 시를 읽고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는 일이 어려워진다. 토끼에게 가족이 생기고. 그들은 곰씨의 의자를 너무 자주 방문하고 많은 것을 공유한다. 이제 더 이상 곰씨는 즐겁지 않다.

`곰씨의 의자'는 곰씨와 의자라는 소재로 우리가 관심 있어 하는 관계와 기질이라는 주제에 접근한다. 구체적이고 뚜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곰씨를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의자 또한 곰씨의 소중한 공간을 상징함으로써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만난다. `곰씨의 의자'를 통해 자신의 경계를 침범당하는 기분을 인식하고 같은 상황에서도 기질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경험하며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관계는 늘 어렵다. 누구든 자기를 지키면서 타인과 함께 하는 즐거움도 경험하고 싶어 한다.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경우를 살펴보면 기쁨과 즐거움이거나 배움과 성찰의 기회가 주어질 때이다. 그렇다면 관계가 힘들어진다는 것은 즐겁지 않거나 의미가 없어졌을 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의 대가인 데이비드 번즈는 불편한 관계에 대처하는 세 가지 대안으로 첫째, 현상유지. 둘째 관계 끊기, 셋째 관계 개선하기를 말한다. 우리는 종종 관계가 더 나빠질까 두려워서 또는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첫째와 둘째를 선택한다. 관계 개선하기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관계 맺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결핍이론이 있다. 사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문제를 풀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배우지 못했다. 곰씨 또한 불편한 마음을 인식하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한다.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사랑과 만족을 주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상대방이 변화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자기 자신을 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다음과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만족스러운 관계를 꿈꾸는 세상의 많은 ‘곰씨’에게 드리는 처방:
  1. 내안의 불편한 기분과 감정을 인식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기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며 그것이 매우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2. 나에게 필요한 것을 분명히 말하기
(상대방의 태도와 행동에서 경험하는 불편함을 말하고, 나의 요구를 표현한다.)
3. 자신이 한 말을 고수하기


필진

상담학 박사수료. 현재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하늘숲심리상담센터장, 충북아동보호기관, 1366여성의 전화 기관 협력 치료사로 활동. 청주중앙중학교 전문상담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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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2020-09-09 17:32:13
요즘 그림책이 급부상하는걸 충청타임즈가 정확히 캐치하셨네요! 덕분에 관심있는 기사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림책으로 쉬어가고 힐링얻어가는 한사람으로서 너무 반가워 댓글남겨봅니다. 읽고 읽고 또 읽어보는 기사내용도 감사합니다.

나그네 2020-09-09 17:20:56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