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충청논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30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안정한 도로명 주소사업
강 태 재 <직지포럼대표>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처지에서 그 전문영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퍽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지난 4월 5일부터 시행되는 '도로명주소사업'은 비록 비전문가 입장이지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으며, 제대로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과 우여곡절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 및 동법시행령에 따라 시행되는 도로명주소사업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시범사업과 공청회 등을 거쳤으나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적잖다. 이는 당초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도로의 등급, 즉 주간선도로, 간선도로, 소로, 골목길을 표시하지 않았다가 중간에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로, 로, 길'로 어정쩡한 구분을 했다. 대로(大路)는 폭 8차로 길이 4 이상, 로(路)는 폭 2∼7차로 길이 2 이상, 길은 대로와 로 이외의 도로이다. 대로, 로 이외의 작은 도로를 굳이 '길'이라는 우리말로 표시한 까닭을 모르겠다. 대로와 로보다 작은 길이라면 소로(小路)라야 옳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방위를 표시하는 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 길 이름 속에 길의 규모나 방위를 나타낼 수 있는 방안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원칙을 규정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공치사가 속빈 공치사가 아닌가 싶다.

이와 관련해서는 청주시가 전국적으로도 매우 빨리 도로명주소사업을 시범적으로 수행했는데, 이때에도 이러한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전문가 의견은 이렇다. 우선 법률명칭이나 사업명칭에서 도로(道路)라고 하는 것보다는 가로(街路)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가로는 시가지의 도로를 한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가로의 등급을 정부가 분류하는 대로 4등급으로 구분하되 동시에 방위를 나타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Wall Street)는 동서로 뻗은 도로이고, 오번가(Fifth Avenue)는 남북으로 뻗은 도로이다.

이처럼 우리도 동서축 가로는 로(路), 남북축 가로는 가(街)로 하여 길 이름 끝에 나타내는 것이다. 예컨대 청주 '사직로'는 '사직대로(大路)'라고 하면 주간선도로이면서 동서축으로 난 길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사직대로와 교차하는 '국보로'는 '국보가(街)'가 되어 간선도로이면서 남북축 도로인 것이다. 국보로에서 갈라지는 '화교로'는 '화교소로(小路)'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길 이름만 가지고도 길의 규모는 물론 동서(東西)로 난 길인지 남북(南北)으로 난 길인지 단박에 알 수 있으니 훨씬 더 편리하다.

새 주소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구성된다. 청주시는 그동안 많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공청회와 전문가, 학회 등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지역특성, 역사적 유래, 주요시설명 등을 반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해서 청주시내 모든 가로의 이름, 1871개소의 이름을 정했다. 그리고 건물번호는 도로의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좌측은 홀수번호, 우측에는 짝수번호로 하여 4만7000여개의 번호를 부여한바 있다.

그러나 청주시는 다른 곳보다 일찍 시행한 까닭으로 길의 등급을 반영하지 못해 앞으로 시행령의 개정여하 또는 시행규칙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추가적으로 할 일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길의 등급과 방위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어느 곳에서는 한자로 된 명칭이, 다른 곳에서는 순 우리말 이름으로 정해지는 등 일관성이 없는 것도 그렇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