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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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윤 한국어강사
  • 승인 2020.09.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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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어강사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다. 덥고 습한 날씨로 옷차림은 가벼워지다 못한 노출의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 젊을수록, 도시로 갈수록 노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받아지는 시대지만 갑자기 가리는 것이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긴 장마 속에서도 무더위 속에서 지쳐가는 건 인간뿐인가 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런 환경에서도 끄떡도 안 하고 종횡무진이다. 우리도 질 수 없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대비하고 그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마스크는 기본에 가림막 모자, 방역 모자, 책상 가림막 등 다양한 물건들이 나오고 있다.

집 안에 때 아닌 롤 스크린을 설치했다. 햇빛 때문도 아니고 사생활의 노출을 감추기 위해서도 아니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어 사회복지시설 및 공공기관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수업한 지는 서너 달. 이젠 적응된 지 오래다. 그러나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 학생들의 집중을 위해 강의실처럼 보이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백색의 스크린을 내리면 알록달록한 벽지를 완벽히 가릴 수 있어 이곳이 집인지, 강의실인지, 사무실인지 알 수 없다.

한 달 전, 엄마가 계시는 요양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면회가 안 됐었는데 일시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미리 예약하면 허용된다고 했다. 그래서 전날 시간을 예약하고 요양병원으로 갔다.

1층 로비에 많은 환자가 있지만, 일반인은 들어갈 수가 없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물건은 정해진 곳에 두면 직원들이 알아서 전달한다. 대기실은 밀폐된 공간이었다. 병원의 안과 밖을 가로막은 두꺼운 비닐 가림막이 처져 있다. 그 어디에도 틈이 없이 차단을 시켰다.

친정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는 간호사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왔다. 환한 미소로 엄마를 맞이했다. 그런데 두꺼운 가림막 때문에 엄마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안 들리자 답답한지 가까이 와서 손을 내밀며 손을 잡자고 했다. 하지만, 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었다. 입 모양 움직이는 것만 보이고 소리는 들리지 않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눴지만, 주변의 소음과 어수선함 때문에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했다.

면회시간은 30분이 주어졌지만 30분간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10분이 지났다. 더 이상의 대화가 어려워서 간호사의 전화로 간단한 대화를 하고서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들리는 것이 다가 아니다. 투명하게 보이는 가림막도 다 보이는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몰랐다. 눈앞에 형체가 다 보이지만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공기조차 다르게 느껴지며 소통이 되지 않았던 공간 속에서의 시간이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 눈물을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았다.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숨길 수가 없다. 정작 가리고 싶은 것은 왜 가려지지 않을까?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듯 마음도 가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가리고, 마음의 상처도 가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도 마스크를 쓰면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마음의 마스크를 쓰고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길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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