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8.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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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경자(庚子)년인 2020년은 지구에 사는 인간에게 위기의 해인 것 같다. 2019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져 범유행(pandemic)이 되었다. 아직도 백신의 개발은 더디기만 한데 확산세가 조금 느슨해진 틈을 타자 사람들은 경각심을 잃고 집회에 참여하고 예배에 참여하며 게다가 다닌 곳까지 숨기다 보니 n차 감염이 확산하여 해결책이 오리무중이다.

1일 확진자 수가 10여 명 안팎까지 떨어졌던 수치는 400명까지 임박하여 2차 재확산이라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으며, 전파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역대 최상급으로 길었던 장마로 지반이 약해져서 수해는 곳곳에서 발생하였고 수재민은 전염병과 수해라는 이중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 전공의들은 가운을 벗고 머리띠를 둘렀다. 설상가상이다.

코로나19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일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이권을 놓고 대립을 하다 보니 다치는 것은 국민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1,000명이 넘었고 n차 감염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요즘의 실상을 보면 솔로몬의 지혜에 나오는 우화가 떠오른다. 두 여자가 한 아이를 놓고 서로 자기 자식이라고 우기다가 솔로몬에게 판정을 의뢰했다. 솔로몬은 병사에게 아이를 둘로 자르라고 명한다. 한 여자가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자 솔로몬은 그녀가 바로 아이의 생모라는 것을 가려낸 이야기이다.

재해와 경제난과 전염병에 국민의 시름은 하늘을 찌르는데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해야 할 기독교 신도들이 교회당을 목숨 걸고 사수하겠다고 하며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일이나,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저버리고 가운을 벗는 전공의의 행동에 모두 마찬가지로 국민은 없다. 국민에 대한 걱정은 정부만 하여야 하는가? 또 정부는 굳이 이런 시기에 의대 정원 증원이 국민의 목숨보다 중요한 일일까?

우리 조상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대의를 중요시하며 주변국의 갖은 침략에도 5000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개인의 자유와 이익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와 이익이 다른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고 해를 끼친다면 이것은 이기심일 뿐 민주적 권리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

올해는 아이들이 방학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개학을 기다린다. 지난 3월에도 그랬고 2학기가 시작하는 9월에도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바람에도 학교는 또다시 전면등교를 중지하고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하루 2시간 게이트볼 치는 곳에 가서 사람 구경이라도 하고 오시는 것이 유일한 낙(樂)인 시골에 계시는 아버지는 또다시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온종일을 지내셔야 한다.

지금 위기의 이 시점에서 “뭣이 중헌디?”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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