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과 매몰(5)
발굴과 매몰(5)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0.08.27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삼복도 지났고 가을을 알리는 입추도 벌써 지났다. 물이 잔뜩 밴 산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밭 뒤 둑이 터지면서 농로를 끊어놓고, 물길이 밭쪽으로 기울면서 또 다른 도랑이 생겼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삽으로 물길을 돌려보려 했지만, 흙으로 물길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한 삽 흙은 거센 물살을 더욱 성나게 하는 것만 같다.

생각 생각하다가 쌓던 탑을 허물더라도 그 돌로 물길을 막는 수밖에 없다 판단하고, 돌탑의 돌을 손수레에 실어다 메웠다. 어찌 생각하면 참 기인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수해가 닥칠 거란 예측을 한 것과도 같지 않은가? 물줄기가 뻗친 곳이 돌탑과 가까운 거리였으니 이를 대비해 미리 돌을 옮겨 대기시켜 놓은 것 같기도 했다. 몇 차례의 수고 끝에 도랑을 막고 물길은 돌렸다. 그러나 이미 밭은 많이 유실된 상태였다.

음성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원남면 주민자치센터에 신고하고 중장비 지원요청을 했다. 신청한 지 하루 만에 포클레인이 나왔다. 포클레인 기사도 처음엔 혀를 내 두르며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역시 힘이 센 포클레인은 사람 100명을 합친 만큼의 힘으로 복구를 시작했다. 복구 작업을 도우러 온 지인들은 포클레인 앞에 오히려 장해가 되었다.

물난리를 겪는 와중에 기쁜 일도 있었다. 고추밭은 엉망이 되었지만, 땅콩과 고구마, 참외, 옥수수. 참깨, 들깨밭은 긴 장마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수해복구 하느라 돌보지 않아 풀이 극성을 부리는 중에도 풍작이다.

그 중 우리 집 참외는 아주 특별한 참외다. 일반 참외와는 모양새도 그렇고 맛도 다른 망고 참외다. 망고 참외는 멸종위기에 있는 토종 야생 참외 똘외(줄외)와 일반 참외가 교잡된 열매인데 보통 참외보다 수십 배의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특히 비타민과 아연 성분이 높다.

참외는 여름철 과일이다. 여름철에 각종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피로물질인데 이를 해소 시켜주는 비타민c가 수박의 두 배 이상(100g/mg에 수박은 8.1. 참외는 21) 들어있다. 참, 내가 과일이라고 했는데 참외는 과일이 아니고 과채류에 속한다고 해야 옳다. 망고 참외라는 열매 이름에서 열대지방의 망고와 참외의 교잡종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생김새도 망고와 비슷하니 맛도 망고와 참외의 중간쯤이려니 했던 망고 참외를 요즘 다문화 가족과 연관해 생각해 보았었다.

망고 참외밭과 땅콩밭은 한밭에 연결되어 있는데 땅콩 또한 여타 작물과는 열매 맺는 구성요건이 전혀 다르다. 말이 콩이지 열매는 콩과 전혀 달리 땅속에서 맺힌다. 그래서 콩 앞에 `땅'자를 붙였나 보다. 100g에 밥 2공기의 칼로리를 낸다는 대표적인 고지방, 고단백 건강식품인 땅콩은 13종의 비타민, 26종의 무기질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반찬이나 주전부리, 제과·제빵의 재료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식재료이다.

땅콩을 낙화생(落花生)이라고도 한다. 꽃 받침통 안에 1개의 씨방이 있고 실 같은 암술대가 밖으로 나오며, 수정이 되면 씨방 밑 부분이 길게 자라서 씨방이 땅속으로 들어간다. 요즘 정부의 고위급 인사방법이 낙화생인 땅콩 같다. 그 분야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이 기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회주의자들이 정치적으로 발탁되어 만사를 좌지우지하고 있지 않은가.

또 한 가지 기쁜 일은 지난번 너구리의 습격으로 잃은 줄만 알았던 닭이 돌아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것도 병아리 5마리를 이끌고 왔으니 참으로 신통방통한 일이 아닌가? 두어 달 만이다. 언제 알을 낳아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 길고 긴 장맛비 속에서 5마리의 새끼를 부화시켜 데려오다니, 참으로 기특하고 기특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