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위한 변명
기자를 위한 변명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8.2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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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세월호 사건 이후 `기레기'라는 단어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습니다.

언론사 직종 중 아나운서와 PD 선호도가 기자를 앞지른 것은 벌써 오래전 일입니다.

지난해 9월 5일 `기자와 전관예우'를 시작으로 기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서 가급적 비판보다 대안을 고민하는 내용으로 글을 썼습니다.

지금은 기자가 아닌 경영자인 만큼 글을 쓸 기회가 거의 없지만 다시 글을 쓰면서 “취재현장을 뛸 때가 좋았다”며 즐거운 추억에 잠겼습니다. 특히 홍보실 직원들이 기자를 상대하면서 느낀 진솔한 얘기를 듣고 저의 지난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20대 젊은 시절 충북도청을 담당하면서 50대 국장들과 자주 어울리자 마치 `국장급 기자'로 착각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또 기자라는 직업은 취재를 당하는 입장에선 불청객 대우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자기 합리화에 익숙했습니다.

그러나 서울 소재 방송사는 물론 지역 방송사까지 기자, 아나운서, PD 등 신입 사원 중 상당수는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고 부를 정도로 고학력자인데다 겸손합니다.

제가 쓴 `따뜻한 기자들'에 나오는 내용 중 도내 TV방송사 젊은 기자들로 구성된 친목모임에서 연말 송년회 대신 회비로 연탄을 구입해 어려운 가정에 배달하는 모습은 꼭 알리고 싶은 기자사회의 긍정적 모습입니다.

저는 젊은 기자들이 친목 모임을 통해 더 좋은 뉴스를 고민하고 연말엔 조용히 선행에 나서는 모습에서 충북 언론계의 밝은 앞날을 기대합니다.



#신문사 사장의 경우 대주주 또는 대주주가 외부에서 영입한 사람이 맡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 방송사 사장은 PD, 아나운서, 기술직, 경영직 등 다양한 직종이 임명돼 기자 출신 사장이 많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결국 기자들은 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공직사회와 대기업과 비교해 승진 욕심이 많지 않고, 돈을 벌고 싶다면 아예 언론사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돈과 명예'는 기자와 맞지 않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언론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선배 기자들을 보면 “기자는 자존심으로 산다”는 점을 느낍니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영화 속 대사가 기자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미국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통해 “나의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그런 나라에 살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을 얘기합니다.

기자들의 내편과 상대편 가르기는 학연과 지연이라는 바탕 위에서 진보와 보수, 신문과 방송, 전통매체와 신생매체, 중앙언론과 지방언론 등으로 끝없이 `구별 짓기'와 `파당 짓기'로 확산됩니다.

이 과정에서 충북 언론계를 이끌어 갈 기자들이 능력, 자질과 별개로 상처를 받고 언론계를 떠나거나 서울로 회사를 옮기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저도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꿈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개인 유트브 포함)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열정과 취재 능력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꿈입니다.

이 꿈은 현실과 맞지 않는 불가능한 꿈일 수 있지만 `자존심'하나로 그 오랜 세월을 버틴 선배들과 마음이 맞는 후배들이 같이 꿈을 꾼다면 조금씩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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