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염화 7
세존염화 7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0.08.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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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幾墟千古寺(기허천고사) 몇 번이나 폐허가 된 천고의 절
寂寞掩柴扉(적막엄시비) 사립문은 닫혀 있어 적막한데
庭草知僧少(정초지승소) 앞 마당 풀은 스님이 없음을 알리고
經苔認客稀(경태인객희) 이끼 낀 길은 찾는 이 없음을 알리네.
鴉偸園瓜盡(아투원과진) 채마밭 오이 까마귀가 다 따먹고
鼠穴土墻依(서혈토장의) 쥐는 토담에 구멍을 뚫어 살아가고 있네.
庵主忘機坐(암주망기좌) 주지스님은 선정에 들고
鼠吾假上衣(서오가상의) 숲의 다람쥐는 옷섶에 올라 재롱을 피우네.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황금빛 회화나무 가지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한 줄기 불어옵니다.

이 시간에 살펴볼 공안은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世尊拈花) 7입니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그만의 세계가 있고 깨달은 사람에게도 그만의 세계가 있는 법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자신의 세계를 부정하고 다른 진짜 세계 혹은 초월적인 세계를 꿈꾸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집착인데요. 자신이 보는 세계는 가짜이고 스승이 보는 세계만 진짜라고 믿는다면 과연 부처가 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바로 깨달은 사람은 자기의 세계를 긍정하며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니까요.

이제 여러분께서는 비로소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꽃과 가섭의 미소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산회상에서 세존이 꽃을 들어 보이신 그 때 가섭존자는 꽃을 보고 기뻐했지만 지금 다른 제자들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섭존자의 환한 미소는 그만이 부처님과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스승이 그의 안중에 없어야 꽃을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世尊拈花)는 무문관의 1에서 5칙을 통과하신 분들은 아마도 쉽게 돌파하실 수 있는 관문이 되겠습니다.

무문 선사의 게송에 `꽃을 들어 보일 때 온통 드러났어라. 가섭의 빙그레 지은 미소는 인간과 천상이라도 모르네.'라고 하였습니다.

도대체 가섭의 미소를 왜 아무도 모를까요? 그것은 무(無)의 세계인 공(空)이 가섭의 미소로 형상화(形象化)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섭의 미소는 결국 무(無)의 세계이기에 인간과 천상의 신들 지옥의 황제라는 염라대왕조차도 모르는 것입니다.

오로지 이 무(無)의 세계인 공(空)을 통과한 분들만 가섭의 미소를 알 수가 있다는 말이지요.

이것을 다른 언어로 이심전심(以心傳心),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 실상무상(實相無相), 미묘법문(微妙法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고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7칙 조주세발(趙州洗鉢)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지극히 행복하고 즐거운 주인공의 삶을 영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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