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비종(님)과 밀레
바르비종(님)과 밀레
  • 강석범 진천 이월중학교 교감
  • 승인 2020.08.26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학교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학교 교감

 

얼마 전 미술교사 연수 관련해 충북교육문화원을 방문했습니다. 토요일임에도 학부모와 아이들이 정말 많아 무슨 일인가? 궁금해 알아보니 2층 예봄갤러리에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레플리카 체험전'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반 고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선정되기도 한 인물입니다. 전시 내용이 알차게 꾸며져 있어, 전시 마지막 주말을 이용해 우리 가족이 함께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한가하려니 찾아간 전시장은 마스크를 한 관람객들로 가득했습니다.

대부분의 특별전은 해당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밀레'를 비롯해 고흐에게 미술적 영감을 줬던 작가들의 작품이 `바르비종의 별들과 화가의 길'이란 제목으로 제1 섹션에 구분 전시되어, 고흐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오늘은 별빛 가득한 `바르비종'으로 예술 산책을 떠나볼까 합니다.

바르비종은 프랑스 파리 남부에 있는 아주 자그마한 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밀레의 외침에 공감하는 화가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며 이른바 `바르비종파'가 만들어진 곳입니다. 밀레 외에도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루소도 이곳에서 작업했습니다. 마을 한 바퀴를 돌아보는데 편한 걸음으로 30분쯤 걸리려나? 하는 정도니 아주 작은 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을만 쭉 돌아봤을 때 이야기고, 갤러리나 작은 미술관 등을 둘러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르비종은 최소한의 건물증축 및 개보수 외에는 가능한 원래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입니다.

내가 20여 년 전 세 번째 프랑스 방문 때의 일로 기억됩니다.

바르비종을 가기 위해 파리에서 완행기차로 약 1시간쯤 도착한 자그만 도시의 관광안내소를 찾아 바르비종을 가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당황스럽게도 일반 교통편은 없고, 자가용이나 렌트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어차피 자가용도 없었고, 렌트도 하지 못했기에 바르비종 지도를 펴들고 무작정 걸어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쉬지 않고 2시간을 걸었는데도 차량 하나 없는 도로엔 `바르비종 가는 길'이란 방향 표지판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4명의 대학생 제자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터벅터벅 걷다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무들로 꽉 찬 숲 속에 들어가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며 부지런히 3시간은 족히 걸어 바르비종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마을을 찾아가던 도중 가장 가슴 뛰게 했던 일은 바르비종 마을 도착 1시간 전부터 도로 양쪽에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밀밭의 풍경이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이 탄생한 배경임을 알리는 커다란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실제 그림 장면과 거의 똑같은 밀밭 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잠시 밀밭에 들어서 풀냄새 흙냄새를 맡아보기도 했습니다.

당일 파리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워낙 촉박해 부지런히 바르비종 화가들의 흔적을 찾아 마을 곳곳을 누비고, 황급히 마을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천천히 주홍빛으로 물들고 있는 일몰의 밀밭에 서서, 우리 일행은 150년 전 바르비종 대표 화가 밀레가 바라보았던 그곳 하늘과 들판을 오랜 시간 마주했습니다.

오늘은 당시 일행이었던 정우의 가게를 한번 찾아가 볼 계획입니다. 밀레 만큼이나 유명한 화가를 꿈꿨던 청년은 지금 멋진 음식점 사장이 되었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