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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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8.2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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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진천 주재(부장)
공진희 진천 주재(부장)

 

`공실장, 나 여기 식당일세.얼굴 좀 보자구' 약속(사실상 일방적 통보였지만) 장소에 도착하니 탁자 위에 소주와 사이다가 한 병씩 놓여 있었다. 안주는 기억나지 않는다.

실업자지원사업을 하던 시절 그 형님은 내게 부탁하거나 상담할 일이 있으면 사무실 대신 밖에서 만나곤 했다.

`무슨 남자가 술도 제대로 못 마시냐'는 핀잔에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재미있지요'하며 웃으며 받아 넘기자 그 후 만남의 자리에는 늘 사이다 한병이 올라와 있었다.

`가구가 너무 낡고 오래되어서 자꾸만 삐걱거려'

형님을 재활용센터로 데리고 갔다.

가게를 둘러보던 형님이 한쪽에 놓여 있던 가구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동료들과 그 가구를 화물차에 싣고 형님집으로 향했다.

가구위치를 정리하고 수평을 맞춰 일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사무실을 찾은 형님이 내게 오만원을 건넸다.

순간 내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전날 물건값을 묻기에 오만원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평소 그의 언행에 비추어 기대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와 편견이 보기좋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이승윤씨는 한 방송에서 이 프로그램 초기에 자연인들에게 `불편하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습관처럼 던졌다고 소개했다.

어느날 “불때며 사는 것, 물 길어다 쓰는 것,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 불편하지 않으세요?”하며 질문하던 그에게 “자네는 왜 내가 불편하다고 단정하고 그런 질문을 하나. 나는 불편하지 않네”하는 자연인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전기, 냉장고, 수도, 자동차 등 문명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많이 누리며 사는 자신에 비해 그러한 혜택을 덜 누리며 사는 자연인이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잠시 어른을 위한 동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 별은 1909년에 터키의 어느 천문학자가 망원경으로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 별이예요. 그 터키학자는 세계천문학회의에 나가서 자기의 발견을 거창하게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 학자가 입고 있던 옷을 보고 사람들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가 정장이 아니라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어른들이란 언제나 그런 식이지요.(중략) 그 천문학자는 1920년 아주 멋진 양복을 입고 다시 세계 천문학 회의에 나가서 발표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어줬어요.' (어린왕자/생 텍쥐페리)

이러한 편견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편견은 집단 간 갈등 상황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상대방이나 상대방이 속한 집단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 수집이나 정보 처리 과정없이 적대감이나 혐오 등의 부정적 정서를 동반하여 상대를 한쪽으로 치우쳐 평가한다. 때로는 차별적인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편견은 특정한 집단에 대해 편향된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부모나 친구, 혹은 미디어 등을 통한 사회적 학습의 과정이나, 집단 간에 한정된 자원을 놓고 벌이는 경쟁과 갈등으로 인해 생겨나거나, 단순한 인지적 범주화의 과정을 통해, 혹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적대감을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표출함으로써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편견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기 위해 어린왕자를 만나 보자. `내 비밀은 이런 거야. 매우 간단한 거지.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어……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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