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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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7.05.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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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去之惡과 주민소환제
남편이 아내를 내쫓는 일곱가지 이유를 들은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조선시대에 만연했다.

유교주의가 지배하고 가부장적 남성우위가 확실하던 시대 관습 규율이던 칠거지악은 요즘 같은 양성평등시대에서는 말도 안되는 것 들이다.

그러나 칠거지악은 그 시대에 있어 일단의 퇴출 기준이었던 것 같다.

남편이 아내를 내쫓 듯 주민 스스로 뽑아 놓은 시장이나 군수 지방의원 등 선출직을 주민들이 다시 퇴출시키는 주민소환제(住民召喚制)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자기 지역의 살림살이를 맡을 단체장이나 이를 감시 견제할 의원들을 주민 스스로 선출하는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뒤 주민소환제까지 시행됨에 따라 지방자치는 제도상으로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주민소환제의 의미는 크다.

조선시대 칠거지악이 적시하는 퇴출이유는 7가지이지만, 주민소환 대상이 되는 이유들은 어디 7개 뿐이겠는가.

이와관련 벌써부터 '소환대상에 누구누구다'라고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주민과 여론의 관심은 지대하다.

우선 주민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비리 등 문제를 일으키는 장(長)들은 설땅이 없어졌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지 12년 동안 3명 중 1명 꼴로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를 받았다는 행자부의 통계를 볼 때 우리지역에서도 이로인해 주민소환이 될 소지는 충분하다.

여기에 함량미달(含量未達)이거나 비상식적인 행동, 독선적인 오기(傲氣) 행정도 주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얼마전 진천군에서는 지도급 인사들의 곰고기 사건이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아마도 주민소환제에서 이런 비상적인 행동들은 용납 안 될 것이다.

또 괴산군에서는 듣기에도 이상한 음주문화상이란 것을 제정해 말썽을 빚었다. 상을 제정한 측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아이디어 치고는 사회 평균적인 사고에 한참 떨어진다. 보다 신중한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괴산의 홍보가 엄청나게 이뤄져 수십억원의 효과를 봤다는 어이없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를 역마케팅이라고 유통업체에서는 부른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시정의 장사꾼이 아니다. 주민의 생각과 뜻도 이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주민소환의 대상되는 행태들은 이것뿐이 아니다. 앞으로 문제는 주민이 낸 혈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에도 달려 있다. 전시 행사성 사업이나, 인기 선심성 행정은 이제 소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재정자립도는 20%대에 불과하면서도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굵직한 사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럴수록 주민들의 허리는 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장밋빛 사업들은 이제 재고돼야 한다.

그렇다면 시장이나 군수는 주민의 눈치만 살피고 의욕적이고 소신있는 행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반대논리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조선시대 칠거지악에는 해당되어도 아내를 내쫓을 수 없는 삼불거(三不去) 3가지 경우가 있었다. '내보내도 돌아갈 곳이 없으면 내쫓지 못하고, 부모의 3년상을 함께 치렀으면 내쫓지 못한다. 또 전에 가난하였다가 부자가 되었으면 내쫓지 못한다'고 했다. 그 시대에 있어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들이다.

주민소환제도 기초의원까지 정당 공천을 받는 상황에서 정파의 득실에 따라 악용될 수도 있다. 더나아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광역권 각종 사업에서 님비현상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제도는 주민들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효용성 있게 활용하느냐에 성공여건이 달려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주민소환제가 지방자치의 정착에 일정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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