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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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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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사와 기자의 닮은 꼴
한 덕 현 편집국장

공기업 감사들이 원없이 맞았다. 그들이 정치적 백으로 그 자리에 앉았건, 혹은 정말 실력으로 '신이 내린 자리'를 차지했건, 그저 한통속으로 매도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공격을 주도한 세력은 바로 기자를 저격수로 내세운 언론이었다. 워낙 국민적 여론이 험악한 터라 기자들은 며칠동안 마치 장작 패듯, 아무런 부담없이 공기업과 감사를 질타했다.

그러나 한 차례 광풍이 지나 간 지금, 우리 기자들은 허(虛)하다. 마치 무슨 일을 저지르고서도 감(感)을 못잡는 것같은 꿀꿀한 기분인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해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 같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기자들은 공기업 감사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

솔직히 관광성 외유 논란은 늘 기자들에게 따라 다니는 단골 메뉴다. 그 때마다 혈세낭비라는 사족이 꼭 달리는 건 물론이다. 기자들의 해외여행은 대부분 출입처에 의존한다. 이는 중앙지건 지방지건 마찬가지다. 출입처 관계자들이 해외로 나갈 경우 취재 명목으로 기자들이 따라 붙는데, 이에 따른 시비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엔 일부 언론사들이 자체 경비 부담을 내세워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생색에 불과하다. 출입처에 의존한 해외취재나 외유는 여전히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기자들의 해외취재나 외국경험이 얘기될 때마다 지방언론사들은 사실 곤혹스럽다. 특히 신문사의 경우는 더 하다. 열악한 재정 때문에 어차피 자기 돈으로 기자들을 해외에 내보낼 수는 없다. 기자들도 시야가 넓어야 좋은 기사를 쓴다. 눈먼 호랑이가 되지 않기 위해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외경험을 하는 게 정상이다. 이처럼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뒷받침이 안 되는데 따른 편법이 결국 출입처에 대한 의존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기자들의 출입처 지원 동행취재는 그 결과가 뻔하다. 100% 홍보성 기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출입처의 해외 활동에 동행한 기자가 해당 사안에 대해 비판성 기사를 썼다면 이거야말로 해외 토픽감이다. 절대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는 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의 해외출장이 잦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해외시장 개척이나 외자유치를 목적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이런 해외활동의 결과는 항상 성공이다. 언론이 앞장서 홍보하기 때문이다. 해외에 동행한 기자 뿐만이 아니고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직접 확인하지 않았으니 비판 기사가 나올리가 없고, 오직 보도자료에만 의존하는데 따른 결과물인 것이다. 무슨 MOU(투자 양해각서)가 체결되고, 수출계약이 얼마나 이뤄졌고, 향후 경제효과가 얼마이고··· 등등 항상 이런 식이다. 심한 경우 단순히 외국 기업인을 만나 대화 몇마디 나눈 것조차 실적으로 포장된다. 물론 이중엔 나중에 그대로 성사돼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허수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확인은 아주 쉽다. 한 때 지방언론에 대서특필된 특정 자치단체장의 해외활동 결과가 과연 지금 어떻게 됐는지를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자신들의 해외활동을 부풀려 여론화하는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기만행위이다. 결국 이런 기만행위에 동행취재한 기자가 유효적절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기자들이 출입처로부터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취재에 나가는 것은 사실 이런 측면에서부터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대안이 없다는 게 지방신문사의 고민이다. 최근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등 법적 기구의 지원에 의한 지방언론 종사자들의 해외활동이 활성화됐지만, 기자들의 근본적 갈증을 해소하는데는 역부족이다. 이번 공기업 감사파문은 이래저래 심사만 혼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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