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이제 도시 공공미술 속으로
미디어아트, 이제 도시 공공미술 속으로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0.08.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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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1984년 1월 1일 늦은 밤 시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필자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보게 된다. 백남준 작가의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인공위성을 타고 생중계됐다. 전 세계 많은 국영방송국들이 참여한 이 작품은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요제프 보이스의 퍼포먼스와 동시에 뉴욕에서 존 케이지의 연주, 그리고 현대무용의 대부 머스 커닝햄의 무용 등이 실시간 생중계되며 전 세계 약 2500만 명이 시청한 세계 최초의 거대 위성 쇼였던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작가가 미디어아트라는 현대 미술에 자극을 받게 되었다.

그로부터 3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후,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인터넷이 전 세계로 펼쳐져 시공간을 초월하며 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의 미디어아트는 필연적 진화와 발전 앞에 현대미술의 중심이 되었다. 과거 미디어아트는 TV모니터를 기반으로 실내 전시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빔프로젝터나 LED 디스플레이어를 이용해 실외에서 시민 관람객이 동시 관람을 가능케 함으로써 도시 공공미술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제 도시공간은 디지털미디어의 급속한 변화로 미래도시를 다루는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일상생활 속 물리적 공간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에 디지털 정보가 중첩된 확장된 증강공간(Augmented Space)이 현실화되고 이런 도시공간을 활용하는 공공미술은 과거의 개념이었던 공공장소에 놓인 미술 작품이 아닌 미디어아트를 통해 시민이 서로 소통하고 참여함으로써 의미를 부여받는 미술 작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디어아티스트인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최근의 공공미술은 관 주도사업인 만큼 축제나 프로젝트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경향이 강하며 홍보영상물인지 예술작품인지 의구심이 생기는 작품을 볼 때가 많다는 것이다.

미디어아트는 단순히 현학적인 기술 부분을 벗어나 예술적인 세계를 보여줘야 하며 사회적, 정치적, 문화와 시대적 문제 등을 골고루 품고 다루며 공유할 수 있는 예술작품들이 있어야 한다. 엄청난 돈과 기술을 투자하여 눈에 보이는 즐거움만 추구한다면 어떻게 문화예술로서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현재 도시공간 속 미디어아트는 역동적 도시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다원적인 실험이 적용되고 있다. 미디어아트의 디지털 융합확장성이 도시공간의 조형물을 넘어서 시민의 휴대전화기나 간편한 디지털디바이스를 통해서 혼합현실(MR)과 증강현실(AR)이 즉각 결합 되고 이러한 시민 관람객의 상호참여와 소통이 미디어아트가 공공미술이 추구하는 방향과 가장 잘 부합하는 예술 장르임을 나타낸다.

이제 공공미술은 낙후된 마을 공간의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전형적인 형태의 환경개선 개념에서 탈피하고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예술과 실제 디지털 시대 일상에 간극을 좁혀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시민 개개인이 물리적으로 단절되고 격리되는 일상 속에서도 미디어아트는 현실과 확장공간(AR, MR)을 통해 비물리적 공간 속에서도 시민이 다 같이 공동체적 체험 예술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21세기 공공미술로 거듭나며 도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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