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사다리는 끊어졌나?
계층사다리는 끊어졌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8.12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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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조국 백서'가 출간됐다.

지난 11일 `검찰개혁과 촛불 시민'이라는 제목으로 전국 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후원금으로 만든 조국백서는 조 전 장관으로 인해 불거진 여러 문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공을 들였다.

백서에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도 절대적 도덕률이나 절대적 공정성이라는 것은 없다” 면서 “도덕률, 공정에 대한 관점과 태도도 일반적 관행과 문화 안에서 좌표를 찍을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백서는 조국 전 장관의 딸이 대학과 대학원에 입학하는 과정, 논문 제1저자가 되는 과정 등 일련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계층구조와 입시제도 탓으로 돌린다. 조 전 장관 일가와 관련된 사모펀드 의혹은 안목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조 전 장관의 도덕성 문제는 엘리트 사이에서 작동하는 일반적인 관행이었다고 강조한다. 조 전 장관으로 불거진 문제는 대부분 상식 범위 안에 있는 일이었다고 옹호한다.

상식은 일반적으로 누구나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 소수만이 인정하는 상식은 특권층을 대변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부모 찬스도 쓸 수 없고, 비빌 언덕도 없고, 조부모 은덕도 입지 못한 수많은 사람은 공정할 것이라고 믿는 계층 사다리에 기댄다.

물론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는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개천용이 나오던 시절도 있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통하던 시절엔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기회가 그나마 존재했다.

그러나 자수성가한 사람보다 2살 유아가 건물을 보유할 만큼 대물림 부자가 많은 요즘은 노력만으로 사다리를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중국 2%, 일본 18.5%, 미국 28.9%, 대한민국 74.1% 무슨 비율일까? 상속과 증여로 1조 원 부자가 된 비율이다.

광주과학기술원 김희삼 교수 연구팀이 2017년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대학생 40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의 나라에서 청년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중국 대학생들은 성공 요인으로 재능(45.3%), 노력(12.9%), 부모의 재력(12.5%)을 꼽았다. 일본 대학생은 재능(35.4%), 노력(23.2%), 성격(11.3%), 부모의 재력(6.7%)이라고 답했다. 미국 대학생은 노력(23.4%), 재능(22.9%), 인맥(15.3%), 성격(15.1%), 부모의 재력 (12.1%)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대학생의 답변은 부모의 재력(50.5%)이 1위였다. 이어 재능(22.1%), 인맥(9.9%) 순이었다.

미국, 일본, 중국에서는 재능과 노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부모의 재력 없이는 성공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함께 2040 성인남녀 2020명을 대상으로 `부자의 기준'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산 보유액이 46억5000만원은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묻는 말에 58.2%가 스스로를 서민층이라고 답했다. 빈곤층이라는 답변도 23.8%였다. 반면 부유층이라고 밝힌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나면서부터 금수저, 조상이나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는다(37.5%), 로또 당첨 등 큰 행운이 따라야 한다(11.6%)고 밝혔다.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를 탈출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한탄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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