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피해 되풀이 … 주민 울분
3년전 피해 되풀이 … 주민 울분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0.08.12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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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삼성면 수해 `쑥대밭'
“비만 쏟아지면 잠도 못자”
방 청소·가재도구 등 소독
야속한 하늘… 주민 한숨만
침수피해를 입은 노래방에서 의자 등 시설을 세척하고 있다.
침수피해를 입은 노래방에서 의자 등 시설을 세척하고 있다.

 

지난 2일 새벽에 기록적으로 퍼 부은 폭우가 음성군 일부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하천 범람으로 시내 전역이 침수됐고, 산 산태로 들이 닥친 토사로 가옥과 공장이 무너졌다. 또 도로가 유실되고 논·밭이 침수 되면서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지난 2017년에 이어 불과 3년 만에 또 다시 극심한 호우피해를 입은 삼성면 지역의 수해 현장을 찾아보았다.

침수 피해를 당한 반 지하 구조의 노래방을 들어서는 순간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잠겼던 노래방 기계와 쇼파 등을 밖에 내 놓았지만 주인이 이 것 저 것 뒤져봐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이 노래방은 3년 전 침수피해로 4000만원을 대출 받아 새로 노래방 기계를 사서 설치하고 아직 원금도 못 갚은 상황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고난을 겪게 됐다.

노래방 주인(59·여)은 “장마가 오기 전에 노래방 옆 하천에 무성하게 자라있는 수초를 제거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는데 방심하는 사이에 결국 또 3년 전보다도 더 심각한 사달이 났다”며 “이건 인재지 자연재해라고 볼 수 없다”고 한탄했다.

홍수를 유발한 소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금방이라도 붕괴 위험이 느껴지는 위태위태한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주택을 방문해 보니 작은 마당에는 장롱 속에 있어야 할 옷들이 빨래널이에 잔뜩 걸려 있었다.

집 안에는 온 가족들이 아직도 흙탕물로 흔건한 방과 부엌을 청소하고, 물속에 잠겼던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옮기며 씻고 말리고 있었다.

수 십 년을 이 집에서 살아오셨다는 할머니는 “집이 하천에 붙어 있다 보니 이번 같이 비가 쏟아질 때는 무서워서 잠을 못잔다”며 “장마 때만 되면 홍수를 발생시키는 하천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택을 나와 이번 수해 때 주민 대피 장소이자 임시 주거시설을 설치해 놓은 삼성중학교 체육관을 찾아갔다.

수난 극복 봉사활동을 나온 SK텔레콤에서 직원들이 TV와 와이파이를 설치해 주고 휴대폰을 임대해주고 있었다.

적십자사에서 설치해 준 50여 개의 임시 주거 시설 중 한 곳에 할머니 네 분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12일 동안 이 곳에서 지냈다는 한 할머니는 “젊은이들은 모두 집이고 논밭으로 가서 수해복구 하느라고 고생하고 있는데 우리 늙은이들은 밥만 축내고 있다”며 “우리가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체육관을 찾아와 주민들을 돌보고 계시는 면장님께 위안의 인사를 전하니 면장님은 “나 보다는 적십자 회원, 새마을 회원, 주민자치 회원들이 고생이 많고 특히 우리 양은주 팀장님이 너무 큰 고생을 하고 계시니 꼭 좀 칭찬 해 달라”고 당부해 가슴이 짠했다.

이번 집중 폭우로 삼성면은 주택 침수로 3가구 5명과, 산사태로 26가구 54명이 삼성중학교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임시 거주시설에서 나와 산사태로 벽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공장 안까지 들이닥치는 피해를 입은 한 기업체를 찾아갔다.

아직 피해 복구를 시작도 못하고 있어 공장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장비는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모두 사람 손으로 토사를 퍼 나를 수 밖에 없다”며“피해 복구작업 보다 당장의 걱정은 또다시 폭우가 쏟아져서 산사태가 재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삼성면 지역을 벗어나 돌아오는길... 북쪽 하늘에 또 다시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음성 박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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