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 요즘이 인생의 전성기”
“내 나이가 어때서 … 요즘이 인생의 전성기”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8.11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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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후 이발사 변신한 연제화 전 충북학생수련원장
하루 7~8시간씩 실기연습 … 재수끝 자격증 취득
군부대 봉사 등 경험바탕 청주 구도심 이용원 인수
2개월 만에 입소문 … “일 하며 노후 보내 행복하다”

 

공직에 있을 때는 교육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다. 38년 6개월 간 공무원으로 살았던 연제화 전 충북학생수련원장(63). 퇴직 후 인생 2막을 이발사로 변신해 지금은 청주 대복이용원(청주시 상당구 용담로) 사장이 됐다. 지난 6월 개업했지만 두 달 만에 입소문이 퍼졌는지 알음알음 손님이 그를 찾아온다.

은퇴 후 취미생활로 노후를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일을 하고 싶었다. 60이라는 나이가 도전하기보다 포기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알지만 그는 새 출발을 하고 싶었다.

30여년 넘게 매일 아침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던 그는 충북학생수련원장이라는 직함을 마지막으로 2017년 12월31일자로 38년 6개월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직 후 찾은 단골 이발소에서 직원 채용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푸념하는 사장의 말을 듣고 연 전 원장은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며 되물었다.

“자격증을 갖고 오면 일자리를 주겠다”는 이발소 사장의 말에 곧바로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을 수소문했다.

충북에서 유일하게 이용사 자격증 공부를 할 수 있는 학원을 알아내 등록했다.

필기시험은 무사히 통과했지만, 실기시험은 만만치 않았다.

하루 7~8시간 매달려 실기연습을 하다 보니 가위를 잡은 손에 쥐가 나기 일쑤였고 서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다리가 붓는 일도 다반사였다.

첫 번째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연 전 원장은 두 번째 시험 끝에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학원에 등록한 지 8개월 만이다.

연 전 원장은 “퇴직 후 자격증을 따겠다며 하루 7~8시간씩 공부한 덕에 자격증을 취득해 취직시켜준다는 단골 이용원에 갔더니 장사가 안돼 직원을 채용할 형편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봉사를 했고 사람의 두상이나 머릿결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에는 조치원에 소재한 유명 이용원에 취직했다.

고희를 넘긴 사장 밑에서 10개월을 버텼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나면 점심시간 외에는 앉아있을 시간조차 없었다.

면도부터 머리카락 감기기 및 말려주기, 커트까지 하루 수십 명의 손님을 상대했다.

공직에 있을 때보다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용기를 낸 참에 아예 이용원을 운영하기로 결심했고, 구도심에 있는 작은 이용원을 인수했다. 의자 3개, 소파 1개가 있는 이용원엔 평일에는 2~3명, 주말엔 7~8명의 손님이 연 전 원장에게 머리손질을 맡긴다.

시골 사랑방처럼 주민들이 마실 오듯 머물 수 있게 연 전 원장은 가게에 찐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 사탕도 가져다 놓았다.

가끔은 80대 어르신이 지나다가 스마트폰 작동법을 가르쳐 달라며 가게를 찾아오기도 한다.

연 전 원장은 “손님이 넋두리하듯 풀어놓는 두런두런 살아온 인생사도 듣고, 자식 얘기도 듣는 재미가 있다”며 “이발사로 변신해 노후를 일을 하며 보낼 수 있음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낮추고 사회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는 요즘이 인생의 전성기 같다”고 덧붙였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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