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라, 초록별
살아나라, 초록별
  • 이영숙 시인
  • 승인 2020.08.11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몸이라는 소우주에서 태어나 우리가 첫발을 떼는 곳은 대지(흙)이다. 대지는 수많은 생명체가 탯줄을 드리우고 호흡하는 모성의 공간이며 우리 몸의 근원이다. 무봉無縫의 알 상태로 이 땅에 던져진 우리지만 알을 깨고 나와 큰 울음을 터트리며 자가 호흡이 가능한 건 지구 공간을 이루는 흙, 물, 불, 공기라는 4원소로 뭉쳐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먼저 공간과 접촉하여 말 걸기를 시작하면 이어 양손이 방향을 잡고 대지를 향한 두발이 교신을 시작한다. 붉은 흙 기운이 혈맥처럼 분기하면 온몸 기관마다 환한 불이 켜진다. 이렇게 각 생명체는 숨 쉬는 동안 대지와 연결한 탯줄로 호흡하며 몸이라는 유기체로 활동하다 다시 근원을 이루는 원소로 돌아간다.

건강한 4원소의 기운을 받은 몸은 모천을 가해하지 않는다. 동시에 자기 몸도 통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상이 건강한 `나'들의 분기는 공간에 감도는 미세한 움직임과도 소통하며 동심원이라는 큰 고리를 생성해간다. 동심원은 끊임없는 줄기를 생성하며 한 몸이라는 유기체를 만들어낸다. 나의 고리는 타자에게로 이어지고 다시 우리는 지구를 잇는 통로로 확장한다. 건강한 유기체들로 벽은 무너지고 무중심의 공간은 갓 태어난 알들이 피보나치 수열을 띠며 지구의 핵을 감싼다. 서로 다르지만 질서를 띤 소우주들이 동심원을 이루는 지구는 그렇게 유지돼 왔다.

그런데 그토록 건강하고 아름답던 지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위태롭다. 물질문명의 발달은 우리에게 많은 편리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엄청난 대가도 치르게 한다. 과학연구는 이래저래 딜레마다. 미국 사이언스 데일리는 만약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이대로 계속 진행한다면 2,100년 알프스 빙하는 정상 부분만 남고 90% 이상이 녹아내릴 거라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인간의 이기가 만들어낸 문명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향해 돌진 중이다.

이제 지구 환경문제는 전 지구인의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더는 자국만의 이익 문제에 갇혀 근시안적 사고로 머물 때가 아니다. 이미 지구촌은 한 몸이 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그물로 연결되었다. 인간의 이기가 만들어낸 생태계의 참사를 어찌 막을 것인가. 작은 것을 탐하다 근본을 잃게 된 형국이다. 불편해도 일정 부분 회항해야 한다.

얼마 전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뉴욕에서 열린 UN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어른 세대에게 가한 일침이 귀에 쟁쟁하다. 툰베리는 트럼프가 입장하자 무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세계 지도자들이 온실가스 감축 등 각종 환경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생태계가 무너지고 멸종 위기에 있는데도 당신들은 돈과 경제성장만 논하며 우리 세대를 실망하게 한다면 우리 세대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툰베리는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널 정도로 실제 환경문제 행동가이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학생들과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어쩌다 밖으로 나와 피켓을 들 수밖에 없는 망측한 세상을 만든 것일까? 저 아이들이 붉은 흙덩이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푸른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우리 사는 모천을 살려야 한다. 살아나라, 초록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