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에 흙탕물 묻으랴
배지에 흙탕물 묻으랴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8.1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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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 (취재팀)
하성진 부장 (취재팀)

 

충북이 최근 쏟아진 폭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중부지방에서 시작된 장마는 무려 49일째 지속하고, 피해 또한 막대하다. 이번 집중호우로 충북에서는 7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이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지만 계속되는 폭우 탓에 녹록지가 않은 실정이다. 졸지에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도 속출하고 있다. 그들은 어느 때보다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집중호우로 주택 침수 등의 피해를 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 시설에서 생활하는 주민이 1100명을 넘었다. 농경지는 2634㏊가 침수·낙과 등의 피해를 봤다. 주택도 774채가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공공시설은 도로 253곳을 포함해 1408곳이 뜯겨나가거나 유실됐다.

충북도를 비롯한 각 시군에서는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군인 등 3000여명 이상이 수해 지역을 찾아 긴급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활 안정이 시급하기에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도 뒤따르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물난리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려는 시민정신이 빛나고 있다. 생업까지 포기하고 수해 지역을 찾아 복구 활동을 펼친 직능단체 회원, 이재민 지원을 위해 한걸음에 달려간 자원봉사자들. 이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무엇과 비교할 수 있으랴. 국가의 녹을 먹고사는 공복(公僕)들의 노고도 마땅히 칭찬받아야 한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은 덕에 응급복구율은 공공시설이 74.5%, 사유시설이 62.2%로 집계됐다.

유례없는 물난리인지라 정치권도 손을 거들었다. 여야는 중앙당 차원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현장 밀착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방의회도 수해 복구 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원이라고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닌 듯하다. 높은 습도 속에서 비를 맞으며 쏟아진 토사를 걷어내는 지방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개인 일정을 핑계로 수해는 관심 밖인 의원들도 부지기수다.

청주시의회만 놓고 봐도 그렇다. 청주시의회는 지난 10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애호박 농가를 찾아 복구 활동을 지원했다. 전체 시의원 39명 가운데 최충진 의장을 비롯한 26명만 참여했다. 13명은 불참했다.

다른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체면치레로 의장단만 참여하거나 복구 활동 대신 현장만 점검하는 경우도 있다. 어렵게 얻은 의원 배지에 흙탕물을 묻히고 싶지 않아서일까.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결과만 놓고 볼 때 주민이 요구하는 `니즈(needs)'는 물론 보이지 않는 `원츠(wants)'까지 파악해 실행하는 지방의원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지방의회의 무관심은 이미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여실히 드러났다. 각 시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상임위 차원에서 이뤄진 코로나19 방역 등 대민봉사 활동은 전무했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 코로나19 방역에 동참했을 수도 있지만, 표를 얻어먹고 사는 정치인의 습성상 이런 선행을 감출리는 만무하다.

중앙 정치권 인사들의 수해 복구 동참에만 잠깐 얼굴을 내밀고 곧바로 사라지는 지방의원들은 과연 누굴 위해 배지를 달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치적 실익을 따지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대민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주민들은 바라고 있다. 주민은 유권자다. 유권자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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