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하는 글쓰기
위반하는 글쓰기
  •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8.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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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글을 언제 처음으로 썼을까? 내 기억은 초등학교 때 썼던 독후감이다. 가족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모험을 하는 책을 읽고 썼다. 무슨 내용으로 원고지를 빼곡히 채웠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을 것이다. 무얼 알고 쓰기엔 글씨를 정확하게 쓰는 것도 어려운 나이였으니깐.

글쓰기는 숙제처럼 아직까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각종 독후감, 산문, 설명문을 거쳐 대학생활 내내 리포트를 작성하였고 사회에 나왔더니 글쓰기를 빼고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보고서, 계획서 등 글쓰기의 연속이다. 게다가 SNS 세상 아닌가. 해시태그와 함께 위트 있는 짧은 글을 배워야만 할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넘쳐나고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책도 많다. 그들은 수학공식처럼 단문으로 수식어 없이 중복어휘 피해서 써야 하며 퇴고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말은 쉽다. 말처럼 쉽다면 누구나 소설쯤은 일필휘지로 쓰지 않았을까?

강창래 작가의 `위반하는 글쓰기'(강창래 지음·2020 북바이북·2020) 책이 출간됐다.

편집자 출신의 인문학자다. 그가 소개하는 책은 쉬운 것이 없다. 그의 책도 어렵다. 그의 강의는 분명 곱씹을수록 재미있지만 쉽지는 않다. 그의 방대한 지식과 인문학적인 식견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질투나기도 한다.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책은 읽어보고 싶었다. 앞으로 남은 삶도 글쓰기는 여전히 숙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글쓰기 공식을 뒤집기도 하고 강조하기도 한다. 수식어를 적게 쓰라는 공식에는 적절한 위치에 쓰여진 글이 생동감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글을 쓰기 전 글감에 대한 사전조사를 강조한다. 그리고 퇴고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고치기 전략에서 핵심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라면서 말이다.

작가는 글쓰기는 많이 오래 쓴다고 해서 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독한다고 해서 글쓰기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작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글을 쓰기 위한 전제조건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한편의 서평을 쓰기 위해서 7권의 책과 10편의 영화를 보고 사전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를 따라 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다만 소소한 글쓰기를 앞에 두고 두세 번의 퇴고를 꼭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담거나 생각을 정확하게 쓰겠다는 욕심은 버렸다. “글쓰기란 말을 글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글로 번역하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쓰고자 하는 상황을 적절하게 쓸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그렇지만 노력이 통하는 분야가 아님에 안심이 된다. 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니깐. 글을 쓰고 싶다면 한번 쯤 읽기를 권한다. 글을 못 쓰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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