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석이 소환한 조선이식제한령
문진석이 소환한 조선이식제한령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8.10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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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문진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천안갑)이 `약탈적' 고금리 대출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일명 `고리대금 이자 10% 제한 2법'을 발의했다. 국회에 따르면 문 의원은 등록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이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 벌칙 규정을 강화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이자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5일 발의했다.

현재 대부업체 및 여신금융기관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은 연 27.9%,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 이자율은 연 25%다. 문 의원의 개정안은 이를 모두 최고 10%로 제한하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현행 1년 이하) 또는 1억원 이하(현행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명시했다.

문 의원은 제안 이유서를 통해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최고 이자율 상한을 연 2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불황이 심각한 상황인데 저신용자들에게 약탈적이고 과도한 이자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개정안은 문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9명과 열린민주당 1명 등 10명이 서명했다. 현재 소관위인 정무위와 법제사법위에 회부돼 각각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문 의원의 `고리대금 이자 10% 제한 2법'에 가세했다. 그는 7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6명에게 대출 이자율을 10%로 낮춰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 지사는 편지에서 “정부가 최근 불법 사금융의 이자 상한선을 연 24%에서 6%로 낮추도록 한 방침을 환영한다”면서 “그럼에도, 등록대부업체에 대해서는 연 24%의 고금리를 받도록 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번 대법원 판결로 기사회생, 사지에서 돌아온 이 지사가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대권행보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포퓰리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어쨌거나 여론은, 특히 고금리 대출 문턱을 기웃거려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27.9%의 연리를 부담하고 1000만원의 돈을 대부업체로부터 빌린다면 3년7개월 동안 갚아야 하는 이자가 원금과 같은 액수가 되니 얼마나 `살인적인' 고리(高利)인가. 1~2%대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수십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는 고소득층, 고신용자들과 비교하면 서민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포퓰리즘 논란을 의식한 듯 문진석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100여 년 전에도 이자의 최고 한도를 제한해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한 법안이 있었다”며 1911년에 제정된 이자제한법인 `조선이식제한령'을 거론했다. 이어 “이자의 최고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서민 고통과 부담을 경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당위성을 피력했다.

동아일보가 1932년 11월 27일, 머리기사로 이런 사설을 올리며 일제를 꾸짖었다. “총독부가 근자의 저금리시대에 순응하기 위해 백원 이하 (대출금의) 법정이율 (연) 3할(30%)을 2할(20%)로 내리기로 했으나, 이는 일본의 이식제한령(대출금 백원 이하 법정 연리가 15%)에 비하면 5분(5%)이상의 고리다. 조선은 일본에 비해 금융사정이 핍박한 곳으로 이율을 더 낮춰야 하며, 금융조합과 전당포 등의 이자도 크게 내리고 고리대금업자를 철저히 감시하여 고리대금이 성행하지 못하게 하라”.

사상 최저의 저금리 시대인데도 불구, 일제시대 때보다도 더 비싼 현행 법정 이율. 국회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내릴 방법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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