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부르는 일은 없어야
메뚜기 부르는 일은 없어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8.0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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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마오쩌둥(毛澤東)은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가 농업생산성을 100% 높이고 15년 안에 영국의 철강산업을 따라잡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한 대약진운동은 최악의 참사로 끝났다. 농촌을 집단농장화 하고 마을마다 총 60만여개의 용광로를 만들어 제철작업에 올인했지만 농업의 피폐화를 초래해 3년간 3000만명 이상이 아사하는 전대미문의 비극으로 종결됐다.
같은 시기에 추진돼 대약진운동의 참혹한 결과를 부채질 한 또 하나의 운동이 있었다.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이 그것이다. 마오쩌둥은 인민의 위생을 위협하고 식량을 축내는 네가지 해충을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가 쥐·파리·모기에 이어 엉뚱한 참새까지 없애야 할 해충으로 지목하면서 사달이 시작됐다. 참새를 몰아내야 할 과학적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국영 동물연구기관은 신속한 조사에 착수해 “참새 1마리가 매년 곡식 2.4㎏을 먹어 치운다”며 “참새를 박멸하면 70만여 명이 먹을 곡식을 더 수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네가지 해충을 제거하자는 제사해운동이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졌고, 참새들은 유사 이래 최악의 재앙을 맞게 된다.
운동을 시작한 첫해인 1958년에만 참새 2억마리 이상이 사냥에 총동원된 국민들에게 떼죽음을 당했다. 혁혁한 성과였지만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해충의 천적인 참새가 사라진 들판은 졸지에 참새의 주식이던 메뚜기 세상이 됐다. 낱알을 ?어먹는 참새와 달리 메뚜기는 수백만마리가 떼로 몰려다니며 논·밭 자체를 초토화 했다. 참새의 먹잇감이던 다른 해충들도 제세상을 만난 듯 농작물을 먹어치웠다. 당황한 중국 정부가 당시 소련에 사정해 참새 20만 마리를 급하게 분양받는 촌극도 벌어졌다. 제사해운동은 당시 중국을 덥친 대기근을 악화시킨 오류 중의 오류로 평가받는다.
수단이 졸속이고 허술하면 그 좋던 명분과 당위와 근거도 말짱 헛것이 되고만다. 방향성에선 공감을 얻지만 실효성에서 그다지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의 부동산·의료 정책이 이런 불안감을 준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져 오히려 세입자에게 고통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초저금리 시대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 집 주인보다 세입자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과도하게 책정된 전·월세전환율을 낮추고, 이를 임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재건축 시행조합에 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을 주고 공공분양 물량을 확보하려는 공공재건축은 성패를 쥔 조합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고 한다. 조합의 줄다리기 전략에 말려들어 개발이익 환수 등 공공성 원칙까지 양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유휴 국공유지에 지어 공급하겠다는 주택도 일반분양 방식이 될 경우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건설사 배만 채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실련 조차 “서민 주거안정대책이 아니라 투기 조장대책”이라고 꼬집는 만큼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공공의료 확충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의대 정원 증원도 경계해야 할 구석이 적지않다. 정원확충으로 늘린 의료인력을 의료기반이 취약한 지방과 중증·필수 의료기관에 10년간 의무 복무토록 하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의무 복무기간에 대학과 수련의 과정까지 포함한 것은 맹점으로 꼽힌다. 전문의가 되기까지 7~8년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의사로서의 실제 복무기간은 2~3년에 그치게 된다. 의무기간에서 해방된 의사들이 대거 수요가 많은 서울로 탈출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의사증원에 적극 찬성하는 대형병원들이 저비용으로 쉽게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새의 폐단에만 집착했다가 메뚜기를 불러들인 제사해운동의 오류를 곱씹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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