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쏘아 올린 물 폭탄
지구온난화가 쏘아 올린 물 폭탄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8.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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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한반도 전체가 물 폭탄을 맞았다. 2013년 49일간이라는 가장 길었던 장마 기간을 2020년인 올해 갱신하여 52일이 넘는 장마 기간을 기록할 모양이다. 대부분은 7월에 장마가 끝나고 8월은 무더위가 오기 때문에 8월에 휴가를 가는 것이 통례였다. 그러나 6월 말부터 시작한 장마가 8월 중반을 향해가니 꼼짝없이 집안에만 갇혀 있다.

휴가는 고사하고 갑작스러운 수해로 집도 잃고 체육관 등 임시 숙소에서 거주하고 있는 수재민은 망연자실 외상 후 스트레스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었으니 그 막막함이 오죽할까? 게다가 오랜 기간의 장마로 지반이 약해져서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길이 푹푹 패어나가고, 철길이 끊어지고 다리가 무너지는 등 전국이 물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여기저기 돌아봐도 안타까울 뿐이다.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1961년 대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0.506127 대신 0.506000이라고 0.000127만 달리 입력해도 전혀 다른 그래프가 그려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후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개를 한번 퍼덕인 것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이 영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폭되어 긴 시간이 지나면 미국에서 토네이도 같은 강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발표하였다. 이로써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변수도 기상 현상에서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온실가스의 증가도 나비효과처럼 그 결과가 30년 정도 흐른 후 나타나는 것이기에 그동안의 무분별한 산업화와 인간의 편리성이 지구의 수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의 변화는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가져온다. 이번 긴 장마의 원인으로 기상청은 두 가지 요인을 지목하였다. 우선 시베리아의 기온이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아지며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해 6월 중순부터 우랄산맥과 동시베리아의 대기 흐름을 막고 있는 정체 고기압(블로킹)이 첫 번째 요인이다.

두 번째로 북극 기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점을 지적했다. 지난달 북극의 기온이 크게 높아지며 극지방 주위를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제트기류로 극지방에 갇혀 있어야 할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까지 남하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을 저지하고 있다.

지금의 재난도 결국은 지구의 기후변화이다. 우리는 지금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기상이변이나 곤충 떼의 습격, 전염병의 창궐 등을 통해 알아차려야 한다. 오죽하면 코로나19는 지구가 인간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백신이라는 소리가 나올까?

어디를 가도 눅눅한 지금은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 옷과 이불을 뽀송뽀송하게 내다 말리고 싶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열대야가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 몸이 아프면 병적 증상이 나타나듯 여러 가지 기상이변 현상을 보면서 병들어 가는 지구를 진찰하고 회복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인 것 같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나비효과가 되어 지구를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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