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이 올린 청주 집값 … 시민들만 피해봤다
투기세력이 올린 청주 집값 … 시민들만 피해봤다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8.0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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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4월 입주시작 아파트 전입자 분석 결과
92%가 시민 … 갭투자 외지인 차익실현후 발빼
6·17 조정대상지역 규제 후 부동산 시장 꽁꽁
갈아타기하려다 자금줄 묶인 실수요자 시름
첨부용.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첨부용.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지난해 청주 동남지구의 한 아파트를 구입해 올 2월 입주한 김모씨(48)는 요즘 고민이 적지않다. 기존에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면서 자금줄이 꼬였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결국 급전을 빌려 잔금을 치르고 새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김씨처럼 최근 신규아파트를 분양받아 놓고 돈줄이 막혀 마음고생을 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올들어 청주지역에 새로 준공된 아파트는 6월 말까지만 5800여세대다. 지난해 6월 이후 준공된 아파트도 6000여 세대에 이른다. 1년 사이 무려 1만2000여세대가 공급됐다.

청주시가 제시한 한해 아파트 적정공급선인 5000세대를 배 이상 초과한 수치이다.

이들 신규아파트는 상당수 외지인들이 사들였다.

한국감정원의 분석결과 올 1~4월 사이 거래된 청주시내 아파트 9165세대 중 35%(3209건)가 외지인이 매입했다. 10채 중 1채는 외지인이 사들인 셈이다.

천안 등 주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청주지역 아파트 시장에 외지 갭투자세력이 몰린 결과였다.

이 시기 청주지역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사광가속기 청주유치가 확정된 후에는 전국 최고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시기 아파트를 사들인 외지인들이 실제 그 아파트에 입주했을까?

결론은 예상대로 전혀 아니었다.

청주시가 올 초 입주를 시작한 동남지구 대원칸타빌과 시티프라디움, 테크노폴리스 제웰, 가경 아이파크2차 등 신규 아파트의 전입자를 파악한 결과가 그랬다.

1382세대의 동남지구 대원칸타빌의 경우 2월 입주자의 93.6%가 청주시내 주민들이었다.

3월엔 92.4%, 4월 역시 92%가 관내 전입이었다. 외지인이 입주한 경우는 7~8%에 불과했다.

1407세대의 시티프라디움이나 336세대 테크노폴리스 제웰, 664세대 가경 아이파크 2차 모두 마찬가지였다.

청주시 정책기획과 김서현 주무관은 “신규 아파트에 입주한 외지인이 8% 내외에 불과했다”며 “통계상으로 볼 때 청주지역 신규아파트 수요는 결국 청주 시민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외지투기세력은 아파트값만 올려놓고 차익을 챙긴 채 발을 뺏고 뒤늦게 발을 담근 청주지역 수요자들이 웃돈을 주고 그 물량을 떠안았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6·17 조정대상지역 규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탓이다.

아파트거래가 끊기면서 기존 아파트를 팔아 새 아파트로 이주하려던 실수요자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박사부동산 이명례 대표는 “기존 아파트가 안팔려 고민하는 상담이 적지않다”며 “대부분 아파트를 갈아타려던 지역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금융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 입주지연에 따른 금융이자 부담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조정대상지역 규제가 계속될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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