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바닷가를 흔들어댈 레트로의 선율
올여름 바닷가를 흔들어댈 레트로의 선율
  • 이현호 청주대성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20.08.0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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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등학교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등학교 교장

 

올여름은 어떻게 봄을 피해 왔는지 모르겠다. 2월부터 코로나19의 공포로 꽃피는 계절과 우아함,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피해 달려왔다. 그러나 코로나의 위세는 더위와 비바람 속에서도 도망갈 줄 모르고 우리 주위에서 방역의 틈새를 노리고 있어 걱정이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신나는 멜로디와 레게리듬으로 온몸을 털게 하는 음악이 여름철 음악이다. 연예방송에선 90년대 여름 음악이 리메이크되어 올여름 바닷가를 들뜨게 하는 레트로 음악이 유행할 거란 소식을 듣고 1990년도 후반 여름이면 수영복과 선글라스로 시원함을 무장하고 신나는 댄스와 노래가 올여름의 바닷가를 상상하게 한다.

얼마 전 방송을 보니 오래전에 유행했던 쿨이란 그룹의 여름노래를 코요테란 그룹의 가수들이 리메이크하여 신나게 부르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예능의 신이라 불리 우는 개그맨 유재석도 `싹쓰리'란 혼성 그룹으로 복고 스타일 노래를 불러,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여 올여름 방송가를 점령할 기세다.

레트로란 단어는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현상의 하나. 추억, 회상, 회고를 뜻하는 영어`Retrospect'의 줄임말로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지나간 과거의 전통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되살리는 흐름을 말한다. 1970년대 후반까지 레트로는`뒤로',`되받아'의 뜻을 가진 접두어 `Pre'의 반대 의미로 사용되다 음악과 패션, 디자인 등에서 자주 등장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조어가 되었다.

대중음악에서 레트로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깊은 관계가 있다. 현대인들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무한히 복제되고 무한히 재생되는 과거의 음악을 들으면서 레트로 현상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음악가들이 경쟁하는 대상은 당대의 음악가들이 아니라 과거의 거장들이 되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하는 교향악단이나 앙상블, 솔로 연주자들의 클래식 음악의 연주도 어찌 보면 레트로 음악의 일종이다. 특히 팝 음악에서 레트로는 당연한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요즘은 발매되지 않은 60, 70년대 불법으로 제작된 빽판은 가난한 시대의 우리 젊은이들에게 팝송을 전해 주는 유일한 창구가 되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음반 한 장을 구하려 시내 레코드 파는 곳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던 일들이 생각난다. 요즘은 레트로가 유행하며 60, 70년대의 음반과 턴테이블을 구하려고 인사동을 들리고, 오디오나 블루투스 스피커도 그 시대의 모양이 유행하고 있다. 레트로의 열풍은 음악뿐 아니라 패션, 사진, 미술, 영화,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발견된다.

레트로의 현상이 생기는 이유로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현대인들은 어느 때보다 소외되고 고독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빠른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다 생긴 불안에 대한 반작용으로 옛것을 희구하려는 심리적 경향 또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올여름엔 레트로 음악을 신나게 즐기고, 레트로의 추억으로 낭만과 정렬이 넘치던 음악이 있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배우가 철교 위에서 절규하며 크게 외쳤던 장면이 떠오른다. “나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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