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사 망쳤어요" 망연자실
"올해 농사 망쳤어요" 망연자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0.08.03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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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수해현장을 가다
최대 78.5㎜ 장대비… 농가 100여곳 피해
복숭아 낙과 심각… 상품성 떨어져 한숨만
하천물 역류… 시가지 상인들도 휴업 지속
3일 오전 감곡면 일대 복숭아 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져 있다. /뉴시스
3일 오전 감곡면 일대 복숭아 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져 있다. /뉴시스

 

“복숭아를 한창 수확할 땐데…올해 농사를 망쳤어요.”

3일 오전 충북의 대표적 복숭아 주산지인 음성군 감곡면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68)는 떨어진 복숭아를 쳐다보며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박씨는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면 낙과도 문제이지만, 당도 하락으로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우리 농가뿐만 아니라 다른 농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요즘은 농촌에 사람도 없어 피해 복구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염없이 비만 뿌리는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힘없이 말했다.

감곡면 복숭아밭 곳곳에는 흙탕물이 고이고, 낙과한 복숭아들이 나뒹굴었다.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탓에 배수 작업을 하는 농가도 많았다.

피해 복구를 위해 삽을 들고 밭으로 나가는 농민들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고,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전날 집중호우로 시가지가 물에 잠겼던 음성군 삼성면은 이날 오전 물이 모두 빠졌다. 다만, 급류에 휩쓸린 각종 쓰레기와 수초 더미가 인도를 뒤덮었다.

삼성면의 한 대형마트 상인 A씨는 “하천에서 물이 역류하면서 주차장을 포함해 상가들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현재는 물이 빠지면서 정상영업을 하는 곳도 있으나 많은 상인이 복구 작업에 손을 대지도 못한 채 휴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음성군에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저수지와 하천 범람 우려가 있는 감곡면과 삼성면에는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주민 B씨는 “하천물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휴대전화만 들고 겨우 빠져나왔었다”며 “앞으로 며칠간 비가 더 온다고 하는 데 집이 물에 잠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1일 밤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음성지역에는 최대 78.5㎜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농가 100여곳과 농지 150여ha의 피해가 현재까지 접수됐다.

군은 농작물 피해 조사를 거쳐 곧바로 복구 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비 피해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 조사를 나가 피해 면적을 산출하고 있다”며 “피해 면적이 확정되면 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농업재해대책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명과 재산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음성에서는 사망 1명, 실종 1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음성 박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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