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여행의 이유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8.0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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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지금은 한참 휴가철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지만 많은 사람이 산과 바다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과연 사람들은 왜 여행을 가는 것일까? 여행의 이유가 무엇일까?

도서 `여행의 이유'(김영하 저)는 우리가 모두 아는 유명한 김영하 소설가의 여행 에세이다. 작가로서 다양한 경험과 자극을 얻기 위해 작가는 세계의 많은 곳을 여행했다. 여행을 다니며 느낀 다양한 감정들과 경험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마침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 작가의 여행은 일상의 모든 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난다고 말하고 있다. 낯선 언어, 기후, 음식, 문화 등 낯선 환경이 집중력을 높여 줄 때가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의 환경이 모든 잡념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나도 장기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다음 일정이 유명한 박물관이었는데 도착해보니 문을 열지 않았다. 요일을 보니 월요일이었다. 숙소로 오는 길에 유명 거리를 지나는데 그날은 평소보다 사람이 매우 붐볐다. 생각해보니 그날은 주말이었다.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면 요일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여행하는 동안만큼은 나에게 모든 요일이 주말이고 공휴일이기 때문에 오로지 오늘 여행에만 집중한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갖게 된다. 현재에만 머물 때 일상의 근심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 시킨다.'라고 작가도 말하고 있다.

나는 여행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행을 가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좋았다. 일상에서는 직업, 나이, 출신지 등에 따라 말하지 않아도 나에 대해 정의되는 것이 있다. 심지어 옷차림, 발걸음, 말투에서조차 내가 드러나는 순간들이 생긴다. 여행에서 나는 여행자일 뿐이다. 누구도 나에게 ○○답게 행동하고, 말하고, 강요하지 않는다. 철부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somebody가 아닌 nobody일 뿐이다.'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나가 되기 위해서 혹은 누구나도 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일상이 빛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이 우리 일상을 만들 듯이 일상에서의 여행은 우리 삶을 완성시켜주는 충전과 힐링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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