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결단
아베의 결단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8.0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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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차가운 이웃.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한일 양국의 관계를 빗대어 이런 표현을 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2일 보도에서 “한국이 소재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역풍을 맞았다.”라고 지적하며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문제를 떠나 북한 문제나 환경 분야 등 일본과 한국이 협력해 이익을 볼 수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라면서 “한일 양국이 다음 세대에 화근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도 `차가운 이웃'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의 언론으로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갈등 관련 보도에서 항상 아베 정권에 등을 돌려온 아사히 신문의 지적이 일본 정부로서는 서운할 만하겠다. 하지만, 비슷한 즈음,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1년을 맞아 다른 언론들도 비슷한 견해의 보도를 쏟아냈다. 마이니치 신문은 반도체 필수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모리타화학공업의 대 한국 매출액이 1/3로 급감했다고 보도하며 일본 정부의 규제로 일본 기업이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고 소개했다. 닛케이 신문은 `아직 한국이 개발 중인 소재들은 일본산에 비해 품질이 훨씬 떨어진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국의 기술 향상으로 일본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최악의 `차가운 이웃'이 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또다시 초긴장 상태의 `충돌 모드'로 향하고 있다.

한국 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해당 일본 기업 주식에 대한 압류 명령의 효력이 4일 0시부터 발생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보복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2018년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 징용 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한국인 피해자 측은 일본 정부가 이 판결을 수용하지 않자 손해 배상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제철의 주식 압류를 신청했다. 일본제철은 이에 따라 11일 0시까지 항고를 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압류 효력이 발생, 강제 징용 피해자 측이 일본제철의 주식을 팔아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일본은 한국 법원의 판결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추가로 지난해에 이어 2차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추가 보복 카드는 비자 발급 규제, 주일 대사의 귀국 조치, 송금 중단, 추가 관세 부가 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효성은 없어 보이는 조치라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비자 발급 제한의 의미가 축소됨은 물론, 금융제재 역시 자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난 1년간의 보복 조치가 일본 기업들에 되레 피해를 안겼다는 점도 아베 정권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 외교 당국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법원의 결정(손해 배상) 이행을 의미하는 일본제철의 자산 현금화 이전에 문제가 해결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번 충돌의 쟁점은 일본이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한국의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당시 합의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민간인 징용 피해가 수십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우리 법원은 1인 당 1억원의 손해배상금액의 지급을 결정했고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한때 경제 대국이라던 일본의, 아니 아베 정권의 상식적이고 대승적인 의지만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매조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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