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한일전서 '안보예외' 주장한 美…정부 "日 지지 발언 아냐"
WTO 한일전서 '안보예외' 주장한 美…정부 "日 지지 발언 아냐"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8.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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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가 안보는 그 나라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
전문가 "WTO 제소 중대 변수" vs "절차 개입은 확대 해석"

산업부 "한일 수출규제 분쟁과 관련 없어…절차대로 진행"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정당성을 따져보기 위해 진행된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미국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는 그 나라만이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안보에 필요한 수출 조치의 옳고 그름을 WTO에서 판단할 권리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미국의 발언이 특정 나라를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3일 WTO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회의의 회의록 요약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앞서 산업부는 WTO 사무국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일본 수출규제 조치 건에 대한 패널 설치 요청서를 발송한 바 있다. 패널은 WTO 분쟁 해결 절차의 1심 격으로 이날 회의에서 패널 설치가 확정됐다.



회의록을 보면 미국 대표는 패널 설치가 결정된 이후 추가 발언을 통해 "오직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들어 국가 안보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70년 넘게 안보 관련 사안을 개입하지 않았던 WTO에 심각한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가트) 21조에서 규정한 '필수적 국가안보 보호 예외조치'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간 일본은 이를 근거로 이번 수출규제가 WTO 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이 발언이 우리 정부의 WTO를 통한 대(對)일본 압박 전략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안보를 이유로 추진한 철강 관세, 화웨이 축출 시도 등의 조치를 WTO에서 합리화하려는 시도"라며 "한국에 대해서도 WTO 제소 절차 대신 대화를 하라고 압박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은 앞으로 진행될 WTO 패널심리에 제3국 자격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3국 참여는 통상적인 절차일 뿐 특정 나라에 더 많은 발언권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패널심리 단계에서 제3국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지만 이는 원고·피고 의견서와는 달리 참고 수준"이라면 "미국이 WTO 제소 절차에 개입한다고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발언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정당성 자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신들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현재 피소된 '철강 232조' 관련 분쟁에서도 가트 21조 '안보 예외'를 주장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미국은 한일 수출규제 분쟁과 관계없이 앞서 진행된 러시아·우크라이나 통과 운항 분쟁, 사우디·카타르 지재권 분쟁에서도 같은 주장을 해왔지만 패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WTO 판례는 미국 측 입장과 달리 패널이 가트 제21조 '안보 예외'를 심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일본의 특정 사안에 대해 편을 들었다고 보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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