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황금알
나의 황금알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승인 2020.08.0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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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쓴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학교건물을 비판한다. 남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급식을 먹고 자라는 12년간의 교육은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자랄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자라난 사람은 똑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관성대로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럽고 작은 모험이나 일탈은 사회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용납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사회에서 튀는 사람은 놀림감이 되거나 따돌림받기 십상이다.

한나 요한젠이 짓고 케티 벤트가 그린 `난 황금알을 낳을 거야!'엔 일탈적이고 개성 강한 꼬마 닭이 주인공이다. 줄거리는 대략 삼천삼백삼십 세 마리가 살고 있는 닭장에서 꼬마 닭의 닭장 탈출기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적응력은 생존에 가장 필요한 자세인가. 좁은 닭장에 많은 닭은 깃털이 빠지고 기침을 하고 있지만 어떤 닭도 탈출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고 잘 적응한다.(깃털 빠짐과 기침은 자연스러운 것) 그리고 매일 알을 낳으며 살고 있다. 아무도 불편하다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꼬마 닭 꾸꾸 만이 모퉁이에 구멍을 내서 탈출한다. 끊임없는 탈출은 영화 『빠삐용』을 생각나게 할 만큼 강렬하고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꼬마 닭은 알을 낳는데 필요해 보이지 않는 노래하기와 헤엄치기,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연습한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것들은 필요한 기술은 아니었다. `도전'자체에 의미를 닮고, 오직 하고 싶은 것을 경험하는 것에 가치 부여를 하는 것이다. 꼬마 닭은 다른 닭들의 비웃음을 받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며 산다. 물론 탈출했다가 붙잡히지만 좌절할 꾸꾸가 아니다. 계속되는 탈출 시도에 드디어 농장 주인은 닭들을 그냥 풀어놓고 사육하게 된다. 꾸꾸의 모험정신이 닭장의 다른 세상을 만든 것이다. 또한, 늘 자기는 `황금알'을 낳을 거라는 말은 꼬마 닭을 더욱 허황되고 철없는 닭으로 조롱받게 한다. 그리고 꼬마 닭이 첫 달걀을 낳고 다른 닭들의 비웃음을 당한다. 꼬마 닭이 나은 달걀은 평범한 갈색 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까, 다른 닭들에게 넓고 자연을 볼 수 있는 커다란 새 닭장을 만들어 주고 자기가 낳는 알에 신선한 공기와 쾌적한 세상을 주도록 했던 것이 꼬마 닭이 꿈꾼 황금알이었다는 것을.

무모하기에,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기에 `도전'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온전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내 삶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무엇을 위해 도전한 적이 있는지 생각하면 부끄럽다. 늘 안전을 추구했던 나는 한 번도 안전하다고 느낀 적 없이 계속 더 안정된 상황을 원했던 것 같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꼬마 닭이 존경스럽다. 특히 무채색 그림책이 주는 명료함과 전달력은 화려한 그림보다 효과적이다. 그림책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 됐든, 설사 내 인생에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도전하고 성취하는 거라고 주장한다. 꼬마 닭이 좁고 냄새 나는 닭장에 있는 닭들에게 끼친 영향력을 생각해보라.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개인사를 그림으로 그려 예술의 경지에 끌어올려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 되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가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 각자가 품고 있는 황금알은 무엇인가.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로부터의 변화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자신을 믿고 신뢰하자. 이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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