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는 만큼 읽는다
세상은 아는 만큼 읽는다
  • 이영숙 시인
  • 승인 2020.08.02 1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최초의 유물론 학파 밀레토스 시조인 탈레스는 세계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물질의 근원을 물(水)로 보았다. 그러나 이후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수(數)를 우주의 근원으로 보았다. 얼마 전 생태 강사로 활동하는 문우 덕분에 두 이론 사이에서 갸우뚱했던 학창 시절의 남은 과정을 쉽게 한눈에 확인하는 숲 관찰 시간을 가졌다. 그 이후 세상을 온통 수로 보는 기이한 버릇이 생겼고 더 자세한 생태 공부를 위해 생명의 숲에서 진행하는 산림교육전문가 과정을 신청하고 시작일만 기다리는 중이다.

이탈리아 수학자 피보나치(1179~1250)는 토끼의 번식과 관련한 재미있는 문제를 소개했다.

피보나치수열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은 앞의 두 수를 더해서 만든 숫자를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한 농장에서 갓 태어난 암수 한 쌍의 토끼로부터 시작할 때, 새로 태어난 토끼 한 쌍은 두 달 뒤부터 매달 암수 새끼 한 쌍을 낳는다. 그렇다면 1년 동안 토끼는 암수 몇 쌍으로 불어나는가. 답은 89와 144의 합인 233이다. 앞의 수를 연결하여 점점 커지는 구조이다.

피보나치수열⇒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자연이 피보나치수열을 따르면 앞의 잎에 영향을 받지 않고 햇빛을 최대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관찰을 통해 솔방울은 8개의 나선과 13개의 나선을 보이고 해바라기는 34개와 55개가 서로 반대 방향의 나선 구조를 띤다. 해바라기 씨앗도 가장 좁은 공간에서 최대한의 씨를 품으려면 피보나치 수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확장된다면 자연은 그야말로 수라는 그물로 직조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도쿄대학 경제학 박사인 고지마 히로유키는 인간으로 태어나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수학으로 생각하면 인생은 훨씬 풍요롭고 여유로워진다고 피력했다. 그의 저서 중 `세상은 수학이다'는 한 번쯤 펼쳐볼 책이다. 수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밀접하게 관여하며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지 잘 보여준다.

자세히 보면 꽃에 보이는 피보나치수열 구조는 굉장히 신비롭다. 우리 주변에 피는 꽃잎 수를 보면 거의 3장, 5장, 8장, 13장, 21장, 심지어 34장, 56장을 띠는 것도 있다. 꽃들이 피보나치의 수를 띠는 것은 꽃 안의 수술을 보호하려는 역할로 질서 있는 겹침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읽는다. 이제는 잔디밭을 서성이는 달팽이도 지천으로 핀 개망초도 모두 의미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저마다의 질서를 유지하며 소우주를 이루는 자연의 세계는 인간에게 해석되는 피사체로서의 정복 대상이 아니라 공생과 질서를 배우는 모본이다.

오늘도 식물도감을 들고 야생으로 나간다. 녹색만 보아도 힐링이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분 못 하고 독말풀과 천사의 나팔을 구분 못 해도 괜찮다. 아까시나무 잎에 붙어 있는 배얼룩재주나방 애벌레를 쐐기라고 혼동하면 좀 어떠랴. 다만 그들이 저마다의 소우주를 이룬다는 사실을 모르고 인간의 상식과 기준으로 생태계를 읽는 폭력은 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탐욕으로 가득한 인간 세상, 사회 계약으로 만들어 놓은 법은 객관성을 잃어 권력 크기에 따라 타고 안타는 옻나무법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조직의 질서를 따르면서도 부딪치지 않고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하늘의 새무리처럼 자연으로부터 공생하는 원리를 터득해야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